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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6 08:30:00, 수정 2018-05-15 10:38:35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③] 로스트볼과 리피니쉬드볼 그리고 골퍼

    • 0.18~0.28mm. 어떤 숫자일까? 바로 볼의 딤플 깊이다. 딤플 수에 따라 최적 깊이가 달라진다. 나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는 것을 먼저 밝혀 둔다. 골프볼 제조사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이라는 것도. ‘딤플 있는 볼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얘기를 늘어놓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골퍼 대부분이 아는 얘기 아닌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딤플 깊이가 이보다 얕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골프볼 표면이 닳아서 딤플이 밋밋해진다면 말이다. 당연히 덜 날아갈 것이다. 이런 골프볼로 플레이 하면 어떨까? 손해 볼 게 틀림 없다.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로스트볼로 경기를 하는 것이 그렇다. ‘에이! 로스트볼이 당연히 새 볼은 아니지만 그렇게 치명적일 만큼 새 볼과 차이가 날까?’ 하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짚어 보겠다. 우선 로스트볼 중에 품질이 좋은 것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진짜 막 꺼낸 뒤 딱 한 번 쳤는데 숲이나 물로 사라진 그 아까운 ‘계란 한 판’ 혹은 ‘짜장면 한 그릇’. 그 볼이 살아 돌아와 지금 우리 티 위에 얹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로스트볼 한 봉지에는 그런 A급 로스트볼 두어 개와 그렇지 않은 볼 여남은 개를 한꺼번에 담기 마련이다. 그 여남은 개는 뭐냐고? B급 로스트 볼이거나 리피니쉬드(refinished)볼이다. 리피니쉬드볼은 로스트볼과는 다르다. 리피니쉬드볼 일생은 이렇다. 

      골퍼가 잃어버린 볼을 누군가 줍는다. 그 볼은 수집상 손에 들어간다. 그대로 팔만한 로스트볼은 따로 골라낸다. 나머지는 리피니쉬 공장에 들어간다. 공장에서 약품에 볼을 담그면 볼 표면에 있는 코팅과 페인트가 벗겨진다. 우레탄(혹은 써린) 커버만 남는다. 물론 코어도 남고. 그 위에 다시 페인트를 칠하고 코팅을 한다. 그리고 상표를 인쇄한다. 깔끔해 보인다. 

      솜씨 좋은 업체에서 작업하면 로스트볼이 아니라 새 볼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 볼을 한 때는 ‘리피니쉬드(refinished)’라고 사실대로 인쇄해서 싸게 팔았다. 그런데 골퍼들이 싫어해서 잘 안 팔렸다. 왜냐고? 명색이 골퍼가 리피니쉬드라고 적힌 볼을 쓰기 싫었던 것이다. 차라리 로스트볼을 사고 말지. 로스트볼은 티가 안 날 수도 있으니까. 나라고 달랐겠는가? 초보 시절 동병상련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리피니쉬 한 것을 로스트볼이라고 판다. 그것이 진짜 로스트볼과 섞여서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리피니쉬드볼이 뭐가 문제냐고? 우선 딤플이 많이 닳았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덜 나간다는 얘기다. 딤플이야 비거리 약간 차이라며 받아들이면 그만일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볼이 한 번만 리피니쉬드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러 번 리피니쉬 한 볼은 우레탄 부분까지 손상되기 마련이다. 급기야 코어까지 썩었다면 이미 그건 골프볼도 아니다. 코어가 뭐냐고? 통통 튕기는 탱탱볼을 생각하면 된다. 코어가 썩느냐고? 당연하다. 

      코어는 고무가 주성분이다. 97%가량이 고무다. 고무는 오래되면 어떤가? 삭는다. 어려서 속옷이 오래되어 고무줄이 늘어지면 어머니가 검정 고무줄로 갈아주시곤 했는데. 흠! 이 얘긴 관두자. 어쨌든 고무는 온도 변화가 심해도 성질이 바뀌고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삭는다. 

      삭으면 눈에 띄게 탄성을 잃는다. 거기에 충격이 계속 가해지면? 급기야 균열이 생긴다. 쉽게 말해서 깨진다는 얘기다. 깨진 골프볼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겉이 벌어지면 밖에서부터 찢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코어가 깨지면서 표면이 터진 것이다. 

      자신이 친 볼이 깨졌다고 ‘힘이 좋아서’라고 우쭐하면 안 된다. 나도 모르고 한번 그랬다. 속은 팍삭 삭은 그런 볼이 겉은 그럴싸하다. 그런 볼로 플레이한다면? 욕먹을 각오하고 쓰는 골프볼의 진실은 다음 회에 이어진다.

      김용준 프로(엑스페론골프 부사장 겸 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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