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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18 19:26:22, 수정 2018-03-18 22:26:22

    ‘빙판의 메시’… “이제 프러포즈 할 것”

    정승환, 아이스하키 銅 수훈갑“평생 기억 남는 이벤트 하겠다”
    • 전남 신안군의 바닷가 작은 섬에서는 5살 꼬마가 주저앉아 해가 질 때까지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그는 집 근처 공사장에서 놀다가 떨어진 파이프에 깔리면서 왼쪽 다리를 잃었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꼬마에게 “다시 다리가 날 것이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새 다리가 제발 돋아나라고 간절히 빌었지만 만화 같은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유독 말수가 적고 수줍은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빙판 메시’ 정승환(32·사진)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정승환에게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 ‘영혼의 단짝’인 여자친구 송현정(29)씨다. 영어 회화가 수준급인 송씨는 2012년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머물며 국제대회 전문 통역을 담당했다. 정승환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선수들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 준 송씨에게 끌렸다. 서로 좀처럼 화를 낼 줄 모르는 성격에 흔한 ‘애정 싸움’ 몇 번 없이도 잘 통했다. 어느덧 7년차 연애를 이어 온 ‘장수 커플’이 된 비결이다.

      정승환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3~4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에 1-0으로 이겨 이 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정승환은 직접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3피리어드 11분 42초에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장동신의 결승골을 배달해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그토록 바라던 패럴림픽 메달을 거머쥐고도 정승환은 프러포즈를 다음으로 미뤘다. “메달보다 오빠가 더 소중하다”는 송씨이지만, 세간의 관심을 유독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송씨는 이탈리아전에 직접 찾아와 경기를 관전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엔 말 없이 미소만 지을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18일 정승환은 “프러포즈는 서울 가서 할 생각이다. 늘 곁을 지켜줬던 여자친구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강릉=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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