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후 18일 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 28년 동안 선굵은 연기로 남다른 족적을 남겨온 연기파 배우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
조민기의 사망 소식 후 기사 댓글은 물론 각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투가 조민기를 사망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니냐’라는 의견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이 미투 운동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냉정히 상황을 보자. 인간 조민기의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 길은 추모해 마땅하다. 모든 목숨은 귀하다. 연예계 큰 형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로서, 한 집안의 아버지로서 조민기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생명이다.
하지만 그를 두고 미투 운동의 희생양이란 프레임을 씌워 이 운동의 위험성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미투 운동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움직임 역시 일어나고 있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의 SNS의 글을 옮겨봤다. ‘미투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니다. 밝혀지면 극단적 생각을 하게 될 만큼 부끄러운 것이 성폭력이다. 가해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있다면 스스로의 죄다. 피해자의 고발이 아니다.’
‘죽음으로 죗값을 치른 게 아니냐’는 시각 역시 대단히 위험하다. 어느 피해자도 그의 죽음을 바란다는 뜻을 내비친 적 없다. 조민기는 자신의 입으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오해인지, 관련 기관에 소상히 털어놓아야 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법이 내리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조민기는 세상을 떠나기전 사과문을 통해 “저로 인해 상처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제 잘못에 대해 법적·사회적 모든 책임을 지겠다. 회피하지 않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더불어 “늦었지만 모든 걸 내려놓겠다. 남은 일생은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다. 앞으로 헌신과 봉사로 마음의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그는 남은 일생을 반성하고 자숙해야 했다. 살아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몸과 마음을 추스려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했다. 지난 삶을 돌아봐야 했다.
죽음은 사과가 아니다. 평생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지켜줄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는 일어서야 했다. 가해자는 스스로 단죄할 자격이 없다. 그의 허망한 죽음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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