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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27 21:17:23, 수정 2018-02-27 21:17:22

    남북 단일팀 ‘화룡점정’… 평화의 축제로

    평창동계올림픽 결산 〈3〉/북핵 위기로 안전 우려감 고조/佛·獨 등 일부 국가 불참 고려도/대회 임박 北 참가로 상황 바뀌어/IOC도 北 선수 출전 등 적극 지원
    • 올림픽은 ‘스포츠로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대회기간만큼은 전쟁을 중단하고 정당한 규칙에 따라 경쟁했던 고대올림픽의 정신을 현대에 되살리려 한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쿠베르탱 남작의 오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대회로 기록될 만하다. 전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남과 북이 함께하며 뿜어낸 기운이 대회 전체를 ‘평화’로 물들였다.

      시작은 불안했다. 대회가 치러지기 몇 달 전까지 계속됐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는 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감돌았고, 세계는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몇몇 국가에서는 노골적으로 불참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지난 9월 로라 프레셀 프랑스 스포츠장관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한반도 위기상황이 계속돼 선수단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면 우리 올림픽팀은 프랑스에 그대로 머물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에 이어 독일, 오스트리아도 평창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전했고, 12월에는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가는 미해결문제다”라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을 마친 뒤 포옹을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그러나 대회가 임박해 북한의 참가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성사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갈등의 대상이었던 남북한이 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손을 잡으며 올림픽 시기 한반도 안전보장에 관한 우려가 일거에 해소된 덕분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 주요 종목 선수들에게 와일드카드를 부여하며 평화올림픽을 적극 지원했다. 이어 17일간 펼쳐진 열전의 무대 동안 남과 북은 역사에 기록될 숱한 감동적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개회식에서는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 아래 공동 입장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북한 응원단의 구호가 경기장을 메웠고 서울과 강릉에서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열렸다.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북한 페어스케이팅의 렴대옥(19)·김주식(26)조가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1991년 일본 지바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이후 27년 만에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구성된 남북단일팀이 평화올림픽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구성 이전만 해도 여러 논란이 있었던 단일팀은 이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연스럽게 한팀으로 녹아들어 빙판 위에서 뜨거운 화합의 장면을 수없이 연출했다. 생일을 맞은 북한 선수들을 위한 축하파티가 열렸고, 남북 선수들이 스마트폰으로 함께 동영상을 보며 웃는 모습은 과연 이들에게 벽이 존재했는가를 의심하게 했다. 비록 경기력에서는 세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였지만 감동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았다.

      단일팀은 남과 북의 주요 인사가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이기도 했다. 지난 10일 스위스와 치른 첫 경기에는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직접 관람했다. 이들이 한자리에서 단일팀을 함께 응원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달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특사로 보낸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평양 초청 메시지를 전달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림픽이 만들어낸 이 같은 평화의 분위기에 전 세계가 호응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5일 가진 결산 기자회견에서 “남북단일팀과 공동 입장은 스포츠를 뛰어넘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다”며 평화올림픽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불참을 시사했던 서구 강대국들은 일제히 주요 인사를 한국에 보내 평화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개회식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정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주요국 핵심인사가 한자리에 모였고, 폐회식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문 대통령과 귀빈 관람석에 함께 자리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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