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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27 21:17:54, 수정 2018-02-27 21:17:54

    ‘사제 의기투합’이 설상 첫 메달 원동력 됐다

    스노보드 銀 딴 이상호 뒷이야기/李감독 “코스 상관말고 널 믿어라”/긴장 푼 李 “이 악물고 타보겠다”/대회 앞두고 부츠 바꾸는 모험수도/
    감독 판단력·선수 맹훈 시너지효과
    • ‘배추 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4강에서 레드와 블루 두 개의 코스 중 ‘블루 코스’에 섰다. 예선 2위를 기록한 얀 코시르(슬로베니아)를 만난 탓에 예선 3위로 등수가 낮았던 이상호에게 코스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16강 토너먼트에서 블루 코스를 뛰었던 선수는 모두 졌다.

      이상호 역시 4강까지 ‘레드 코스’만 골라 타 올라온 상황이다. 출발 전부터 축 처진 이상호의 어깨를 이상헌(43) 감독이 툭 쳤다. 이 감독은 “네가 오늘 최고다. 코스 상관하지 말고 너의 테크닉을 믿어라. 상대가 약간 앞서갈 텐데 신경쓰지 말고 원래 페이스대로 질주하면 널 이길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제야 긴장을 푼 이상호가 의미심장하게 씩 웃었다. 이상호는 “이를 악물고 타보겠다”며 부츠를 동여맸고, 0.01초차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하며 한국에 스키 종목 사상 첫 은메달을 안겼다.

      이상헌 감독(뒤쪽)과 이상호가 지난 24일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합작한 뒤 포옹하고 있다.
      평창=뉴스1
      이는 27일 이 감독이 본지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올림픽 뒷이야기다. 이상호는 올림픽 개막을 20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해 8월 부츠를 기존의 오스트리아 회사 제품(GPZ)에서 스위스 제품(마운틴 슬로프)으로 바꾸는 모험수를 뒀다. 이 감독은 “기술적으로 좀 더 잔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연습 주행이 나아져 한시름 놨다”고 밝혔다. 이상호 역시 “고속질주 때 안정감을 준다. 경기 때 공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그런 점에서 잘 맞는다”고 거들었다. 이 감독의 판단력과 이상호의 맹훈련이 더해져 올림픽에서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스노보드 1세대’로 불렸다. 용인대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한 그는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스노보드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이후 2012년부터 대표팀을 지도한 그는 1년 중 10개월을 선수들과 같이 보낸다. 이상호도 6~7년 전 유망주 시절부터 그와 함께했다. 이 감독은 “상호와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다. 이제는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기분을 아는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3월부터 평창에서 회복과 실전 훈련을 병행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이 감독은 “상호가 메달을 확보한 뒤 ‘우리 진짜 해낸 것 맞느냐’고 물으며 눈물을 글썽이더라. 그날 서로를 세게 안아줬던 기억은 잊지 못한다. 상호가 아직 잠재력이 남아 있으니 더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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