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후유증’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도시들이다. 한때 올림픽 유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됐다. 그러나 앞서 나열된 도시들처럼 큰 후유증을 앓고 있는 도시가 많다. 이른바 ‘흰 코끼리 증후군’이다. 흰 코끼리는 신성한 존재로서 희소가치가 있지만 값비싸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1976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몬트리올은 올림픽이 끝난 뒤 30년 만에 부채(15억 달러)를 다 갚았다. 당시 메인 경기장인 ‘더 빅 오(The Big O)’는 ‘더 빅 오(The Big Owe·빚더미)’라는 오명을 썼다. 최첨단 올림픽을 지향하며 지어진 나가노 대회 때 사용된 경기장은 매년 억대 유지비용을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오는 3월에는 평창 대회 전까지 아시아에서 유일했던 슬라이딩 센터는 결국 허물기로 결정됐다.
사실 그리 멀리 갈 것도 없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는 재정난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누가 봐도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평창올림픽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쓰인 13개의 경기장 중 7개를 신설했다. 나머지 6개 경기장은 시설 보완을 통해 사용됐다. 13개 경기장에 들어간 비용이 약 2조원 가량이다. 물론, 50조원을 들인 소치와 비교하면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이 투입됐고 향후 유지 및 관리에서 수십에서 수백억 가까이 투입될 예정이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연간 23억원, 강릉하키센터는 21억원의 적자가 쌓일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현재 강원도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바란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확답을 내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문체부는 “지속 가능한 투자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체육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정부와 조직위, 지차제는 ‘올림픽 시설은 역사적 유산’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빚더미에 앉으며 폐허로 변한 경기장들을 양산한 역대 올림픽 도시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올림픽 유산을 지키기 위해 이제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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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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