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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27 06:10:00, 수정 2018-02-26 18:39:18

    [올림픽 결산] '이기자'에서 '즐기자'로… 올림픽 패러다임 바뀌고 있다

    • [권영준 기자]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역주를 펼쳤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2위였다. 경쟁자이자 세계 최강 고다이라 나오(일본)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그 순간, 믿기지 않는 감동의 장면이 연출됐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먼저 다가왔고, 눈물을 흘리던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꼭 안겼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함께 펄럭였다. 이 장면에 관중과 시청자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순간 메달의 색깔은 의미가 없었다.

      이 장면을 딱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이상화의 은메달 소식은 분루(憤淚), 아쉬운 패배, 숙적 일본에 밀렸다, 3연패 실패라는 단어에 둘러싸였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성적 지상주의, 1등 주의가 만연했다. 선수조차 자신의 은메달에 고개를 숙였다. ‘금메달이 아니면 기억하지 못하다’는 문장이 명언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올림픽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특히 지난 25일 막을 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타인과 경쟁이 아닌 자신과 싸움에 집중했다. 얼마나 노력했고 준비했느냐에 초점을 맞췄고, 부담보다는 경기를 즐기려는 성향이 강했다.

      실제로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비교에 대해 “나는 이상화다. 고다이라가 아닌 이상화와 싸움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관중들과 올림픽 시청자들은 등수와 관계없이 함성을 지르고 이름을 연호했다. 논란을 겪은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의 김보름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큰절하는 김보름과 눈물을 함께 흘렸다. 결과보다는 투혼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런 장면은 경기장 곳곳에서 연출됐다. 컬링 믹스더블의 장혜지-이기정은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국민 남매’로 불리며 컬링 센세이션의 서막을 알렸다. 그리고 ‘영미-친구-동생-친구’로 똘똘 뭉친 갈릭걸즈 여자 컬링대표팀도 은메달이었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피겨 스케이팅의 여자싱글 최다빈은 메달권 밖이었지만, 김연아 이후 최고 성적을 냈다. 아이스댄스 민유라-겜린 역시 메달권은 아니었지만, 아이스댄스 사상 첫 프리 진출과 피겨 단체전 출전을 가능하게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올림픽 무대를 즐겼다”고 최고 성적의 비결을 털어놨다.

      이런 풍경은 경기장 밖에서도 나타났다. 관중석에서는 ‘내 팀만 이겨라’가 아니라 ‘함께 즐기자’는 분위가 형성됐다.

      올림픽 팬들은 순위와 관계없이 큰 함성으로 힘을 불어넣었고, 경쟁국 선수들의 선전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SNS의 발달이 올림픽을 대하는 관중들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들은 경기 관전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고, 경기장 주변 관광지를 찾으면서 올림픽을 오감으로 즐겼다. 평창 올림픽이 문화 올림픽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도 마찬가지였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올림픽에 참여하며 매 순간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개회식에서 선보인 자원봉사자들의 ‘무한 댄스’는 올림픽 화제의 장면으로 떠올랐다.

      올림픽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과거 경쟁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즐기는 문화가 올림픽에 녹아들고 있다. “금메달만 기억한다고요? 아무렴 어때요.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한데.”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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