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현장이 말하는 성과와 한계

입력 : 2018-02-22 05:40:00 수정 : 2018-02-22 09:50:13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강릉 이지은 기자] “이제 정치 관련 질문을 더는 받지 않아도 돼서 안심되나요?”

20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1-6 패)이 끝난 관동 하키센터, 이는 세라 머레이 단일팀 감독을 가장 크게 웃게 만든 질문이었다. 올림픽 개막 2주를 남기고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후부터 대회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 인터뷰에 나서는 순간까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에 관한 세간의 궁금증은 모두 단일팀으로 집중됐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조차도 득점 과정, 경기 결과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대표팀은 첫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냈다. 이제 머레이 감독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가장 잘한 일로 단일팀을 꼽는다. “정치인들이 행정적인 결정으로 우리를 단일팀으로 만들었지만, 선수들과 코치진은 그것이 기어이 굴러가도록 만들었다”라며 “어제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나서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과 서로 껴안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봤다. 그들의 우정을 보면서 모든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게 스포츠라고 생각했다”라는 소회도 전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머레이 감독과 박철호 코치(북한)는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단일팀이 의도한 메시지 역시 전달된 셈이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성과다. ‘골리’ 신소정(28)은 대회를 완주한 뒤 “이런 규모의 관중 앞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다. 너무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부담 있었는데, 그래도 그러면서 하키가 알려진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우리를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절차상에서의 문제는 분명 한계점으로 남는다. 사실 단일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 ‘평화 올림픽’을 내세우고 싶은 정계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를 한반도의 축소판으로 만들었다. 지난 4년간 이 대회만을 보며 달려왔던 한국팀은 갑작스레 합류한 북한 선수 12명과 열흘 만에 손발을 맞춰야 했다.

첫 골의 주인공 랜디 희수 그리핀(30)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귀화를 결정한 한국계 혼혈 선수다. 아이스하키 하나만을 바라보고 큰 도전을 한 만큼, 아쉬움을 담은 목소리는 또렷했다. 그리핀은 “우리는 4년을 한국 대표가 되려 열심히 훈련해왔다. 그러나 단일팀이 가능할지를 논하는 건 이미 끝나 있었다. 분명 우리가 원하는 방법은 아니었다”라며 “가장 힘들었던 건 전 세계적인 관심이 이를 결정한 사람들이 아닌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집중 포화됐다는 점이다. 우리 중 누구도 올림픽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데다가, 팀원 중 절반은 16~18세다. 그런 상황에서 스웨덴, 스위스 같은 강호와 맞붙는 경기들을 온 세계가 주목한다고 생각해봐라. 엄청나게 긴장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단일팀에 대한 최종 평가 역시 “굉장히 복잡미묘한 경험이었다. 많은 다양한 선수들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