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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포커스] 4명의 ‘빙속 전문가’들이 보는 여자 팀추월 대표팀 파문

입력 : 2018-02-20 14:47:22 수정 : 2018-02-20 14: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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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정세영 기자] ‘이상한 레이스’였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예선 1조 경기. ‘최강’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벌린 한국 팀 추월 대표팀은 3분3초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쳐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결과보다 레이스 과정이 이날 빙상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마지막 2바퀴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노선영이 갑자기 앞서가던 김보름(25), 박지우(20)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하지만 앞에서 레이스를 끌던 김보름과 박지우는 속력을 더 붙이며 치고 나갔다. 결국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노선영은 50m 이상 뒤로 처진 채 한참을 지나 골인했다.

팀 추월은 마지막 주자의 기록이 팀 기록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팀 추월 레이스는 앞서가는 선수들이 페이스를 맞추며 뒤처진 주자를 끌어와야 한다.

그렇다면 빙속 전문가들은 이번 팀 추월 레이스를 어떻게 봤을까. 중계 해설위원부터 전 대표팀 선수, 국가대표 경력의 코치, 대표팀 트레이너 등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만, 취재원의 보호를 위해 4명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A는 “일방적인 선수 죽이기로 볼 수 있다”고 쓴소리부터 내뱉었다. 이어 그는 “팀 추월의 생명은 호흡이다. 함성 때문에 따라오는 선수가 처져 있는지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면서 “백번양보해서, 선수들의 말대로 작전의 실패라고 하자. 하지만 팀 추월 경기는 단체 종목이다. 팀 내 한 선수가 부진해서 실망해 울고 있다면, 나머지 팀원이 다독여 주는 게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트레이너 출신인 B 역시 “너무 티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선영은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 자격 문제로 일주일 쉬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을 쉬는 것은 치명적이다. 회복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 노선영의 장거리 부진은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들이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작전의 실패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치 출신인 C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레이스였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만의 결정으로 이런 레이스가 나오지 않는다. 올림픽 무대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더 이상한 일이다. 과연 선수들의 단독 결정만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마지막엔 노선영을 두번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D해설위원은 “해당 선수들이 아직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선배로서 아주 안타깝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이 종목은 단결력과 협동력, 희생정신, 배려 등이 어우러져야지만 잘 탈 수 있는 경기다. 하지만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나오지 않았어야 할 상황이다. 지도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라고 꼬집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더 충격적인 적은 레이스가 끝난 뒤의 분위기였다. 레이스를 마친 뒤 링크장 안에서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노선영을 뒤로 한 채, 김보름과 박지우는 공동취재구역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를 본 보프 데 용 코치가 울먹이던 노선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전문가들도 “국민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림픽 정신의 핵심 가치는 우정, 페어플레이, 존경이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올림픽 정신이 없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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