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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08 06:00:00, 수정 2018-02-08 15:37:23

    [권영준의 독한 평창 다이어리] 잔인한 사람들… 최민정-심석희 "金 없어도 너흰 보배야"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잔인하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도 이 굴레 속에서 치열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보다 더 잔인한 건 아픔을 파고드는 한치 혀다. 누군가는 그랬다. “심석희가 논란을 겪었으니, 최민정은 좋겠네.” 이 소름 돋는 말들을 새겨들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들에게 해줘야 할 이야기는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최민정 심석희 너희는 우리의 보배야. 끝까지 응원할게”가 아닐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이들에겐 축제의 장이지만, 그 안에서 4년간 피와 땀을 흘리며 이날만 준비한 이들에겐 진정한 시험대이자 잔인한 전쟁터이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극적인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심석희는 자신의 두 번째 전쟁에 나선다. 소치올림픽 당시 만 16세가 되지 않아 중계방송으로 레이스를 지켜봐야 했던 최민정은 당당히 한국 대표팀 에이스로 생애 첫 도전장을 내민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출전하는 4개 종목 가운데 3000m 계주를 제외한 3개 종목, 500m 1000m 1500m에서 경쟁한다. 최민정은 단거리에서, 심석희는 장거리에서 강점이 있다. 다만 최근 흐름은 최민정이 단·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7~2018시즌 월드컵 시리즈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최민정은 500m에서 1회, 1000m에서 2회, 1500m에서 3회 정상에 올랐다. 이에 맞서는 심석희는 1000m에서 1회, 1500m에서 1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IS)는 이번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결과를 예상하면서 “최민정이 전종목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심석희는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3000m 계주에서 최민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고 전했다.

      분명히 기록에서는 최민정이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경험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기도 한다. 심석희는 올림픽 무대를 경험했지만, 최민정은 처음이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에 따라 결과는 바뀔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웃고, 울어야 이 숨 막히는 경쟁이 끝난다. 두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는 “안방 효과를 고려한다면 여자 쇼트트랙은 한국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자 1000, 1500m에서는 최민정과 심석희의 맞대결에 따라 메달 주인공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 숲을 내다본다면, 두 선수의 조화가 절실하다. 기록에서는 최민정이 앞서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심석희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끌어주고 밀어줘야 한다. 특히 최민정은 갓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뒤 심석희와 룸메이트로 지냈고, 현재도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사로 친분이 깊다. 하지만 오묘한 경쟁의 경계선에서 두 선수는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 얼마나 냉혹한 현실인가.

      심석희는 “(최)민정이에게 많이 진 적이 많아서 자존심 상할 일은 없다”면서도 “내가 준비한 대로 과정을 밟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에 최민정도 “언니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미소지으면서도 “이번 올림픽에서 가능성이 있다면 모두 도전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선수의 선의 경쟁 속에서 꽃피는 조화가 이뤄져야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올림픽마다 웃음과 눈물은 공존한다. 메달 색깔에 따라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1초의 기적과 1초의 좌절이 공존한다. 이 무서운 공간으로 최민정과 심석희가 뛰어든다. 운명 앞에 선 최민정과 심석희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응원 메시지는 “성적과 관계없이, 너희는 우리의 보배야”라는 믿음 아닐까.

      보이지 않는 부담감과 싸워야 할 두 선수에게 누가 금메달을 획득할 것인가라는 물음표보다, 우리는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믿음을 전해야할 시점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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