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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1-30 19:11:19, 수정 2018-01-30 19:11:18

    [차길진과 세상만사] 176. 네 전생을 알려거든

    • 인간뿐 아니라 온갖 동물들에서부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서는 광물에 이르기까지 천지간에 있는 모든 것들은 큰 윤회의 바다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형태만 다를 뿐이다. 윤회는 모든 변화의 가능성 자체를 포함하고 있는 전체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간혹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전에 살던 동네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죽은 지 십여 년이 흘렀는데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조선시대에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 대성인이라 불리는 진묵대사는 조선 명종 때 선과 교에 밝은 청정 비구 스님이었다. 유난히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일이 많은 진묵대사의 일생에서 다른 선사와는 다른 삶이 기록되어 있다. 한 여인의 한과 전생에 관계되는 인연은 무척 특이하다.

      진묵대사는 전북 김제에서 마흔이 넘도록 아이가 없는 불심 깊은 부부 사이에서 출생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전주 서방산 봉서사에서 생남기도를 올리던 어느 날 부인의 꿈에 영롱한 구슬이 떨어지더니 차차 변하여 부처의 모습이 되었다. 부인은 그 부처에게 절을 하다가 잠이 깼는데 그때부터 태기가 있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진묵대사의 아명은 일옥(一玉)이었다.

      진묵대사는 7세 때 모친을 졸라 봉서사에 들어가 혜영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사미가 되어 전국을 떠돌며 수행을 시작했다. 어느덧 발걸음은 창원 마산포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평소 진묵대사를 흠모해 오던 한 여인이 대사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러나 대사는 운수행각을 멈출 수 없어서 홀연히 떠났다. 이를 한탄하던 여인은 시름이 깊어 얼마 후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

      10여년이 흐른 어느 날, 전주의 대원사에서 좌선을 하고 있던 대사 앞에 마산포 여인의 영혼이 나타났다. 전생에 자신이 여인이었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았다 생각했던지 그녀는 “제가 이번 생에는 남자의 몸으로 환생해 시봉코자 찾아갈 테니 받아주세요”라고 했다. 이튿날 대사 앞에는 마산포에서 왔다는 15세의 기춘(奇春)이란 소년이 ‘시봉을 허락해 달라’며 큰 절을 올렸는데 생김새가 여인과 똑같았다. 진묵대사는 백겁이 지나도 인연을 만날 때는 자신이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아서 그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시자로 삼았다고 한다.

      전생의 업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간직한 남자가 있다. 1991년 내가 뉴저지 후암선원에 있을 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당시 그의 직업은 암흑가의 해결사였다. ‘갖고 있는 권총을 모두 없애라’는 내 말에 따라 그는 모든 것을 청산하기로 하고 선원에 나왔다. 하지만 그는 전생의 흔적만큼은 숨길 수 없었던지 항상 자신만의 숟가락을 갖고 다녔다. 전생에 지리산 빨치산 부대의 부관이었던 그는 손잡이 부분을 부러뜨린 숟가락을 당증(黨證)으로 삼아 신표처럼 품고 다녔는데, 그 습관이 현생으로 그대로 이어진 것이었다.

      윤회는 우주 천지만물들이 시간과 공간의 날줄과 씨줄로 짜여진 한 폭의 큰 천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곧 우주간의 한 생명체, 한 개의 물건 모두가 음으로 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 관계가 내생에 좋은 과보로 남으려면 지금 이 순간 좋은 업을 쌓는 방법 외에는 없을 것이다.

      불가에서는 ‘전생을 알려거든 지금 무엇을 하는가를 보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명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환생을 하면 전생의 기억은 사라지고 마음의 기억도 지워지지만 몸속에 스며든 영혼의 DNA 만큼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첫인상이 좋다면 전생에서 이어지는 인연일 확률이 높다. 마치 몸속에 내재된 본능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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