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직후부터 카카오 순위 급상승·소형 개발사 저력 과시
지스타의 터줏대감 넥슨과 모바일 최강자 넷마블게임즈, 여기에 ‘배틀그라운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블루홀 등 거목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소형 개발사에서 자체 출품한 작품이 방문객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에 소재를 둔 엔젤게임즈에서 만든 ‘로드 오브 다이스’다. ‘로드 오브 다이스’는 주사위와 카드 게임(TCG)을 버무린 복합형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다. 보드로 구성된 던전에서 주사위의 힘을 가진 다이서들을 소환해 게임을 펼치는 게 골자다.
‘로드 오브 다이스’는 전시 장소가 외곽에 위치했고 유력 게임과 입지 싸움도 벌여야 하는 공간적인 약점에 노출돼 있었으나 이를 확연하게 극복했다. 엔젤게임즈가 지스타 조직위원회로부터 배정받은 곳은 일반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벡스코 B2C관이 아닌, 회의나 각종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일종의 변방 격인 컨퍼런스관이다. 유명 게임 대부분이 B2C관에 들어서, 참관객들 역시 그 곳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기 십상이다.
특히 이른바 공동 배급 형태로 ‘로드 오브 다이스’를 품에 안은 카카오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와 ‘드래곤네스트M’ 같은 여타 배급작을 알리는데 공을 들이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로드 오브 다이스’는 자발적으로 이름을 설파해야 하는 지경이었다. 이런 연유로 지스타 기간 ‘로드 오브 다이스’를 향한 관심은 의미가 남달랐다. 엔젤게임즈가 벡스코 B2C관에 출품하지 못한 이유도 지스타를 앞두고 고심 끝에 스스로 출전을 확정하면서 신청 기회를 선점하지 못한 게 배경이다.
또한 엔젤게임즈의 부스 바로 옆에는 최근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 ‘붕괴3rd’가 자리해 자칫 내방객들이 유출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드 오브 다이스’를 찾는 이들의 숫자는 부스 전체를 두 바퀴 휘감을 정도로 이어졌고, ‘붕괴3rd’에도 우위를 보였다.
비결은 간단했다. 지스타에 출품한 기업들이 대체로 게임 본연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둔 것과 달리, 엔젤게임즈는 부스를 마치 미술 전시회와 경연장을 연상시키듯 획기적으로 방향성을 구가했다. 실제 부스 초입부터 위로 길게 설치된 게임 포스터와 영상은 지켜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다른 한 켠에서는 엔젤게임즈가 올해 9월 일본 치바에서 열린 도쿄게임쇼(TGS) 이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코스프레 시연으로 시선을 끌었다.
덕분에 게임을 내려받고 접속하는 숫자도 급속하게 불어나면서 카카오게임즈가 집계하는 매출 순위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지스타 개막 전날 50위에서 하루만에 16위로 껑충 뛰어오르기도 했다. 팬들의 의견을 십분 채용해 B2C관에 개설한 캐릭터 상품 판매 코너(굿즈샵)도 연일 매진 행렬이었다. 18일 하루 동안은 전체 판매액이 1억 원에 육박했고, ‘로드 오브 다이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단번에 33만 원 가량을 지불하고 종류별로 구매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지훈 엔젤게임즈 대표는 “본관이 아닌 컨퍼런스관이어서 자칫 방문객들이 우리의 존재 자체를 놓치거나 들르는 숫자가 적을 것으로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많은 팬들이 와서 놀랐다”며 “부스에서 게임을 접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한편, 올해 13회째를 맞은 지스타는 전 세계 35개 나라에서 676개 기업이 참가했다. 2016년 2719부스 대비 5% 성장한 2857부스를 기록했다.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지스타는 기업들의 참여가 일찌감치 이어지며 조기신청 기간에 BTC관이 마감되는 등 지금까지 성과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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