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의 시작은 우리은행의 추락에서부터였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작년엔 외인 선수들의 활약이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올해는 우리도 도전하는 입장이다.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다”라고 앓는 소리를 했고, 이는 단순히 엄살이 아니었다. 11일 현재 4경기를 치른 우리은행의 성적표는 2승2패. 삼성생명, 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2위에 머물며 사실상 중위권 싸움 중이다. 지난 시즌 2패만 허용하며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왕조의 모습에서는 다소 멀어져 있다.
선두에 균열이 간 틈을 타 치고 올라온 건 KB국민은행이다. 시즌을 앞두고 6개 구단 사령탑이 꼽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하지만 안덕수 국민은행 감독은 ‘창단 첫 우승’을 향한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1라운드 기세에서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박지수는 2년 차 성장세가 확연했고, 신장 193㎝의 외인 다미리스 단타스가 함께 트윈 타워를 구성하며 높이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았다.
그러나 4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던 KB국민은행은 KEB하나은행이 잡았다. 개막 2연패로 출발이 좋지 못했던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인천 신한은행전에서 21점 차를 역전시키며 첫 승을 거두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 기세를 몰아 국민은행을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고, 3점 차 신승을 거두며 상대의 1라운드 전승을 저지했다. 홀로 24득점을 올린 강이슬을 하나은행의 ‘에이스’로 재발견할 수 있던 경기였다.
사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도 WKBL에는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우리은행의 대항마로 꼽힌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물론, 사령탑을 교체한 삼성생명과 KDB생명, 혼혈 선수 첼시 리와 외국인 선수 샤데 휴스턴을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른 하나은행 등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전력 평준화는 시즌 내내 이어지지 못했다. WKBL에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던 때는 지난 2006년 여름 리그가 마지막이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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