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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S다이어리] '톱 or 윙어' 손흥민… 극대화는 '포지션' 아닌 '궂은 일' 에 달렸다

입력 : 2017-11-02 05:20:00 수정 : 2017-11-02 0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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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5·토트넘)만 잘 막으면 이길 수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31개국이 바라보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이미지는 바로 ‘손흥민만 막으면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약체팀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원맨팀’의 모습인 셈이다. 이미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본선 무대 최하위권에 속해 있지만,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그 안에서도 이와 같은 이미지를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기록 상으로도 드러난다. 손흥민은 지난 2010년 12월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18세의 나이로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10일 모로코와의 평가전까지 총 59경기 A매치에 나섰다. 이 가운데 그는 19골을 터트렸다. 그가 득점포를 가동한 경기에서 대표팀은 10승3패의 호성적을 거뒀고, 반대로 골 침묵한 경기에서는 21승7무18패를 기록했다. 그가 골을 터트린 경기의 승률은 77%,이지만, 침묵한 경기는 45.7%로 현저하게 떨어진다.

현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태용(47) 감독에게도 공격진의 가장 큰 숙제는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신 감독은 오는 11월 콜롬비아(10일·수원월드컵) 세르비아(14일·울산문수)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23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문 측면 윙어 손흥민의 최전방 공격수 변화를 시사했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최근 부상 당한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톱 공격수로 출전했고, 지난 23일 리버풀전에서 리그 마수걸이 포를 터트리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신 감독 역시 “그 경기를 보고 대표팀 운용의 힌트를 얻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에 11월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원톱 또는 투톱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손흥민에 대한 견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경쟁국은 한국전을 준비하면서 최우선 순위로 손흥민에 대한 견제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2014 브라질월드컵과 이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가 공격진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자주 연출됐고, 그 때마다 힘든 경기를 해야 했던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집중 견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그의 득점 기록을 살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A매치 19골 중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또는 약체를 상대로 기록했다. 우선 라오스를 상대로 무려 5골을 기록했고, 미얀마와 인도전에서 각각 1골을 넣었다. 2골을 터트린 아이티는 남미 2차 예선에서 파나마에 밀려 탈락, 최종예선에도 진출하지 못 했다. 1골을 기록 중인 말리는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 C조에서 3무2패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공교롭게 C조 1위는 모로코인데, 말리는 모로코에 0-6으로 패한 바 있다. 손흥민이 유럽 국가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한 것은 그리스전 1골이 전부이다.

이 기록이 손흥민의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공격수이다. 실제로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 등 강팀을 상대로 골을 터트린 바 있다. 기회를 잡으면 언제 어디서든 득점포를 터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과 다른 점은 손흥민이 집중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트넘에는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 막아야한 선수가 많다. 그만큼 손흥민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상대는 손흥민만 막는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중국, 카타르, 이란 등은 손흥민에게 최소 2∼3명의 수비를 붙였다. 상대 에이스를 우선 순위를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아무리 천하의 손흥민이지만 2∼3명의 피지컬 좋은 수비수의 견제를 뚫기는 힘들다. 여기에 대표팀 전술 역시 손흥민 중심이니, 그가 부진하면 대표팀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즉, 현시점에서 손흥민의 활용법을 두고 윙어니 최전방이니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최전방에 있어도 홀로 집중 견제를 받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이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면, 손흥민이 중심에 서기보다는, 반대로 궂은일을 하면서 동료의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책임감이 강한 그는 간혹 대표팀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종종 홀로 무리하는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수록 대표팀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역효과만 난다.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짧고 간결한 볼터치와 오프더볼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그에게 수비가 몰리면, 볼을 내주고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진의 혼을 빼놔야 한다. 손흥민이 수비를 많이 달고 달릴 수록 동료들의 수비 압박은 그만큼 줄어든다. 레전드 박지성이 유럽과 한국에서 모두 레전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경기를 풀어가다보면 분명 손흥민에게도 기회가 발생한다. 그 기회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과정에 선수 보인과 신태용호의 운명이 모두 걸려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한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2∼3명의 수비수가 집중 마크한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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