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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40. 부모는 자식의 영원한 채무자

입력 : 2017-09-17 19:24:19 수정 : 2017-09-17 19: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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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데 재물은 필요하다. 하지만 좀더 나은 삶을 위한 재물이 가족 간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까울 것 없는 부모 자식 간에 재물을 둘러싼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명문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를 상대로 등록금과 생활비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달라는 부양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성인이 된 자녀가 객관적으로 생활비를 자력 충당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이고, 부모가 사회적 지위에 맞는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여력이 있을 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아들이 요구하는 부양료는 ‘통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한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아버지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외에도 조기유학 후유증은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됐다. 언젠가 자식의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고 빚에 허덕이던 가장이 선원을 찾아왔다. “법사님 말씀처럼 부모는 영원한 채무자고 자식은 영원한 채권자인가 봅니다.” 어깨가 축 처진 그분을 보니 부모는 자식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에는 자식이 졸업하고 취직하면 부모의 의무는 다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조기유학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때문에 부모의 남은 인생을 설계할 여력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식 문제로 부부 간에 다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이혼 소송을 냈던 70세가 넘은 할머니가 구명시식을 청했다. 그런데 구명시식 사연보다는 황혼 이혼 이유가 더 안타까웠다. 언제 죽을지 모를 남편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으려 하니 자기가 이혼을 해서 위자료를 자식들에게 분배해주겠다는 것. 분명 부친이 재산을 넘겨주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인데 말이다.

남편은 만약 재산을 미리 넘겨주면 자식들의 괄시가 시작될 것이 뻔했고 이 때문에 자신이 죽은 뒤 유언에 따라 재산을 분배하려 했는데 자식들은 마음 약한 어머니를 부추겨 유산을 빨리 받으려 했고 결국 황혼 이혼까지 결심하게 만든 것이었다. 도대체 부모는 어떤 죄를 졌기에 자식에게 한없이 퍼주기만 하는 것일까.

종종 부모가 남겨준 재산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구명시식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친의 애매한 유언 때문에 형제간에 재산 분배가 어려워졌으니 직접 부친영가의 말씀을 듣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자리에 자신의 변호사까지도 대동하고 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구명시식에 나타난 부친영가의 말이 어떻게 법적 효력을 갖겠는가.

처음엔 재산분배에 대한 말은 전혀 안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도 막상 부친영가가 나타나면 갑자기 태도가 바뀐다. “아버지, 그 토지는 제게 주시겠다고 생전에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장남이라는 이유로 형님에게 토지까지 모두 가져가게 하십니까? 정말 너무하십니다.” 이렇게 되면 나는 구명시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영가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좋은 곳으로 천도해드리는 자리이지 자식 간에 유산싸움을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을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사랑으로 대하지만 자식은 자기 권리만을 챙기려 한다. 그 당연함에 부모는 균형을 이루기가 어렵다. 전생의 못 다한 업이 현생에서도 그대로 작용한다 할 것이니 부양료를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아들도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자네 아버지도 자네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네”라고 하면 과연 아들은 얼마나 수긍을 할까. 부모는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자식이 알든 모르든 말이다. 그래서 자식은 영원한 채권자요, 풀 수 없는 난제라 말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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