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날 병수(설경구)는 몸에 굳은살처럼 남은 살인의 습관을 멈추고 작은 동네 동물병원 원장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인과응보인지 과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판정을 받은 그.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크게 소용은 없다. 하나 밖에 없는 딸 은희(설현)에게도 몸이 기억하는 살인의 습관이 자꾸만 튀어나오려 한다.
더 골치아픈 건 이 작은 마을에 연쇄살인범이 둘이라는 점이다. 하나는 나(병수), 그리고 그 놈. 병수는 우연히 접촉사고로 태주(김남길)을 만난다. 트렁크에서 흘러나오는 피, 자신과 같은 눈빛을 보고 한 눈에 알아봤다. 그 놈도 살인자라는 것.
켜켜이 쌓여가는 이야기 속에 관객은 퍼즐을 맞춰야한다. 희미한 병수의 기억과 망상 속 진짜 벌어진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야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병수의 기억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객의 기억까지 건드는 영화다.
동명의 소설, 그것도 베스트셀러가 있다는 점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탄탄한 이야기 줄기를 가지고 갈 수도 있지만 소설을 어떻게 비트느냐에 따라 원작 팬들의 실망과 원성도 따라오기 때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런 부분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장르적 변신을 과감히 시도했다. 우선 1인칭 시점으로 끌고 가는 영화이기에 병수의 살인에 납득 가능한 이유를 부여했다. 병수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설경구는 얼굴의 경련을 연기한다. 관객에게 보내는 신호다. 설경구의 연기는 언제나 믿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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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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