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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36. 명사의 무심함과 눈물

입력 : 2017-09-03 19:14:12 수정 : 2017-09-03 19: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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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인들과 옛날 얘기를 하다가 자유당 시절에는 정치인들에게 생각지도 않은 자식들이 불쑥불쑥 나타났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러자 누군가 “명사의 기준이 뭔 줄 아십니까?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장례식장에 가족도 아닌데 소리 없이 흐느끼다 조용히 사라지는 묘령의 여인이 많을수록 명사입니다”라고 농담해 한바탕 웃은 기억이 있다.

농담이야 어찌됐건 사회적으로 명사라는 말을 들으려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야 하는 모양이다. 특히 정치인은 누구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아야 한다. 여성유권자의 표를 많이 확보하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유리한 세상이니 말이다. 그래서 선거공약에는 여성을 배려하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까닭에 어떤 정치인은 여성유권자와 악수하는 방법까지 연구한다고 한다. 부드럽게 눈을 마주치며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두 손으로 정중히 손을 잡으며 가슴에 닿는 한마디를 남긴다. 이런 악수 요령을 개발하기 위해 선거 전에 여성지지자들과 리허설까지 갖는다고.

예전의 내가 알던 한 정치인의 이야기다. 그 정치인은 미남이고 언변도 뛰어나 많은 이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정작 선거에서는 상대 여성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특히 여성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는데 자신도 왜 상대 여성후보에게 밀렸는지 알 수 없다며 다음 선거에서도 여성에게 밀릴까봐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였다.

“도대체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요?” 그 분의 농담에 허허 웃고 말았다. 이상하게 그 분이 선거에 나가면 경쟁후보는 꼭 여성후보였다. 또 선거 전에는 여성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이 나와 안심하고 있었다가 막판에 여성후보에게 밀려 선거에 지고 말았다.

그의 구명시식을 시작하자 뜻밖의 여성이 눈에 보였다. 생령이었다. 그녀는 잘 생긴 그를 흠모했지만 평소 선비처럼 앞만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매정하게 대했다. 그는 정치인의 가장 큰 덫이 스캔들이라고 생각했다. 스캔들로 인해 지금껏 다져온 자신의 정치인생이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다고.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미남에 세련된 화술과 매너로 많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였기에 짝사랑하는 여인도 많았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을 달랠 줄 몰랐던 그는 번번이 여자에게 한을 품게 했다. 무관심도 상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예민해 기가 강합니다. 여성이 한을 품으면 하는 일이 잘 될 수가 없습니다.” 그제야 그는 지난 일을 후회했다. 만약 자신이 좀 더 따뜻하게 그 여자들을 감싸주고 위로해줬다면 지금보다는 자신의 뜻을 확고히 펼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성은 기도 세지만 최고의 무기는 역시 눈물이다. 아름다운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면 어떤 남자라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데 남자의 눈물도 만만치 않다. 동업자의 배신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사업가가 “사람을 어떻게 믿어야할 지 답답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굳게 믿었던 사람 때문에 한동안 심한 고충을 겪었다.

그 말에 나는 “혹시 면회 온 사람 중에 울고 간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울고 간 사람은 믿지 마십시오. 눈물을 흘리는 사람 중에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눈을 크게 뜨며 “큰일인데요. 벌써 세 사람이나 울고 갔거든요.”

최근 기업인들이 자주 법정에 모습을 보인다. 그의 빈자리를 걱정하는 직원들도 함께 말이다. 남자든 여자든 눈물은 미래를 위한 보험으로 가식일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상사를 이성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냉정해보여도 함께해도 좋을 사람이다. 쉽게 태도를 바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는 것에 속아서는 안 된다. 특히 눈물에 속아서는 더욱 안 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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