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LG와 kt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던 잠실구장은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내야에 방수포가 덮여있었다. 오전보다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여전히 비가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훈련 시간이 더 이른 홈 팀 LG 선수들 역시 그라운드가 아닌 실내 연습장에서 몸을 풀었고, 더 늦게 원정팀 라커룸으로 들어선 kt 선수단은 불확실한 일정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복도에서 우왕좌왕 서 있는 모습이었다.
우천 취소의 기색이 완연한 잠실구장을 바라보던 양상문 LG 감독의 얼굴에도 먹구름이 가득했다. “기상 상황을 봐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레 예상하던 양 감독은 “다른 팀들이 다 경기를 하는 거면 우리도 같이해야 한다. 경기를 안 한다고 해서 특별히 좋을 것도 없다. 너무 우리만 밀리다 보니 투수진 운용에 있어서 유리할 점도 딱히 없다”라고 난감해했다.
결국 이날 오후 4시40분쯤 한대화 경기 감독관은 우천 취소를 확정했다. 이로써 올 시즌 LG는 10개 구단 중 우천 취소가 가장 많은 팀이다. 총 11경기가 비로 인해 밀리면서 치른 경기수도 104경기로 가장 적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이 비로 취소된 후 2경기 연속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 상황, 선발 에이스 허프의 복귀전도 두 차례나 연달아 미뤄지게 됐다. 결국 LG는 추가 편성 기간에 2번의 홈 경기, 9번의 원정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kt는 좀 더 여유 있는 모양새다. 경기 시작을 약 90분 남겨둔 시점, 하늘에서 계속 비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전날 나온 경기 라인업을 기록지에 옮겨적으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경기를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던 김진욱 kt 감독은 “만약 진행될 거라면 지금이라도 비가 좀 그쳐야 그라운드를 정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사실 kt는 올 시즌도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있다. 106경기를 치른 가운데 35승71패 승률 0.331. 9위 삼성과도 8경기 차로 떨어진 압도적인 최하위다. kt의 입장에서 한 경기의 순연 여부에 그다지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신경 쓰이는 한 가지는 있었다. “만약 우천 취소가 된다면 내일 상대 선발은 그대로 허프가 나오나”라는 것. 더 이상의 패배를 막기 위해 상대 1선발에 피어밴드로 맞불을 놓았던 kt이지만, 결국 16일 피어밴드의 상대는 차우찬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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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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