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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①] '닥쳐서야 한다'는 한국 축구의 슬픔

입력 : 2017-07-24 05:30:00 수정 : 2017-07-24 09: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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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적극적으로 움직일까. 이 의문점은 한국 축구의 아픈 현실이자 슬픔이다.

한국 축구는 최근 ‘슈틸리케 풍파’를 겪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 나선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술 운용 능력과 리더십에서 아쉬움을 드러냈고, 이에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급하게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신 감독은 벼랑 끝에 놓인 대표팀을 구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K리그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대표팀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도 신 감독 기 살리기에 나섰다. 일단 상대 전력을 분석할 수 있는 영상과 자료를 최대한 제공하기로 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에 협조를 구해 대표팀 조기 소집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두고 만원 관중을 모으기 위해 경기 시간을 조정했고, 잔디 관리까지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9월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위해 현지 훈련장과 숙박 시설 등 제반 사항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파견한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협회의 적극성은 분명 박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역설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준비 작업은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에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지기 전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모습이 위기를 겪은 후에야 주목받는 것도 웃지 못할 아쉬움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 역시 적절한 경질 시기가 있었음에도 미루고 미루다 최악의 상황에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A대표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 21일 동티모르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23일 베트남전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가까스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더는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실력에 대한 부분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협회는 이번 예선을 앞두고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에게 U-22 대표팀 임시 감독을 맡겼다. 여기에 베스트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하지 못했다. 또한 동티모르 베트남 등 예선 상대를 얕봤으며, 상대 전력 분석도 부족했다. 본선 진출 실패의 벼랑 끝에서 힘겹게 벗어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이번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감독 선임에 신중을 기했던 기술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을 위해 무엇을 지원했고, 어떻게 준비했으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를 세워뒀느냐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할 줄 아는 힘이 있다”는 말을 흔하게 들어왔다. 한국 축구의 근성과 위기 극복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준비 소홀→위기→극복’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가 진정한 아시아의 맹주라면, 적어도 아시아 무대에서는 더는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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