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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21. 가뭄으로 인한 농부의

입력 : 2017-07-11 19:41:37 수정 : 2017-07-11 19: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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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인연이 있다. 그 중에는 악연도 있다.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줬다가 빚만 떠안거나, 믿었던 동업자한테 뒤통수를 맞거나, 사랑했던 애인한테 배신을 당하는 등의 악연은 단순히 이생에서 만난 인연이 전부가 아니다.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생의 악연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주 가뭄에 애가 타던 농부의 마음을 시원하게 쓸어내리는 단비가 내리더니 지역적으로 폭우도 쏟아졌다. 이제 농부의 걱정은 비 때문에 그동안의 고생이 비와 함께 사라지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비 때문에 웃고 우는 농부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 사람이 생각난다.

그녀는 사업가였다. 여자의 몸으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사업가였는데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어떻게 제가 이렇게까지 망할 수 있습니까?” 그녀가 말하는 몰락의 원인은 자신의 빌딩에 들어온 춤 교습소 때문이었다고.

처음 춤 교습소가 들어왔을 때는 건물주와 세입자로서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건물이 노후하여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려고 기존의 세입자들은 합의 하에 내보냈는데 유독 춤 교습소 세입자와는 합의가 되지 않았다. 임대차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며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명도소송을 걸었지만 그는 난동을 부리며 갈 때까지 가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세입자는 그녀를 상대로 난리를 피우다 화를 참지 못하고 춤 교습소에 불을 질렀다. 그 화재로 세입자는 화상으로 죽고, 건물에 살고 있던 사업가의 딸은 불이 난 건물에서 뛰어 내리다가 다쳐서 하반신 마비가 됐다.

사고가 있기 전까지 금슬 좋은 부부로 소문났지만 딸이 하반신 마비된 후 싸우는 일이 자주 생기면서 남편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마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말 그대로 망하고 말았다.

“도대체 그 춤 교습소 남자와 제가 전생에 무슨 악연이었습니까? 저는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처지를 한탄했다. 사업은 망하고, 딸은 하반신 마비에 남편과 불화로 이혼 위기에 있고, 가족은 풍비박산 났으며 세입자는 불에 타 죽었다. 어떻게 나빠도 이렇게 나빠질 수 있을까.

그들의 전생은 충격이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내가 본 전생은 이랬다. 한 동네에 사이좋게 지내는 이웃이었다. 콩 하나도 반쪽으로 나눠먹을 정도로 친형제 이상의 우애를 자랑하던 이웃사촌이었던 그들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심한 가뭄이 찾아오면서부터였다.

농부에게 논물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어느 해 여름 유난히 가뭄이 심해 논이 갈라지고 작물은 말라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이웃과 물을 조금씩 나눠 쓰더니 가뭄이 길어지자 더 이상 논물을 나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사이좋던 이웃은 물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니 서로 논물을 지키기 위해 불침번까지 설 정도로 악화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이웃집에서 몰래 자신의 논 쪽으로 논물을 돌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전생의 사업가는 이웃집 남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실수로 이웃 남자가 죽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전생의 사업가는 처벌을 받았지만 이웃집 부부를 불행하게 만든 죄 값에는 미치지 못했는지 자신이 죽인 이웃집 남자는 춤 교습소 세입자로, 남자의 부인은 자신의 딸로 환생해 고통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를 차마 사업가에게 하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굳이 전생을 알아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생에서 악연으로 큰 고통을 당했다면, 그 이면에는 전생의 악업이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생은 전생의 연장이며, 현생의 업이 미래의 모습임을 누가 말해준다고 믿고 깨달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뭄과 폭우가 연이어 찾아오듯이 살다보면 수많은 인과에 얽히게 된다. 때로는 악연이라고 생각하여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내 전생을 깨닫는 계기라고 받아들인다면 보다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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