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유독 긴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정규시즌 54경기를 치르고 난 뒤 진출한 6강 PO에서 5차전에서는 먼저 승리를 거두고도 2,3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쳤다. 4강 PO에서도 2연승으로 1승만 남겨둔 상태에서 3,4차전을 패하며 배수의 진을 쳐야했다. 챔피언결정전이 2차전까지 치러진 현재 인삼공사와 1승씩을 주고 받은 상황, 여전히 팽팽한 경기 양상은 이어지는 중이다.
주전 선수들에게 자연스레 하중이 걸리는 상태다. 이번 시즌 전경기에 출전한 외인 주포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35분56초,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는 37분27초로 더 늘어났다. 50경기 평균 30분28초를 뛴 슈터 임동섭도 플레이오프 전경기를 출전해 평균 32분44초를 소화하고 있고, 52경기 평균 29분52초를 기록했던 베테랑 문태영도 10경기 평균 31분2초를 뛰고 있다.
야투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 팀 파울에 먼저 걸리는 것 등 삼성의 플레이에서 나오는 자잘한 문제점들은 결국 체력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자체 진단이 나온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상대했던 이승현(오리온), 챔프전에서 맞붙고 있는 이정현(인삼공사) 역시 “삼성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것 같다”라는 공통된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체력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봄농구에서 이상민 삼성 감독이 믿을 구석은 선수들의 '정신력' 뿐이다. 이 감독은 “이제는 새로운 작전을 쓰고 패턴을 만든다고 해서 해결이 될 게 아니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제는 전술이 아니라 정신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신력을 강조해야할 이유는 하나 더 늘었다. 23일 2차전 도중 터진 뜻밖의 충돌 때문이다. 이관희와 이정현이 벌인 몸싸움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둘은 KBL로부터 공식적인 징계를 받은 상태다. 하지만 출장정지 처분까지 받은 이관희와는 달리 제제금에서 그친 이정현은 3차전 출전이 유력하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그간 인삼공사를 만나 이정현에게 많이 당했던 부분이 폭발한 것 같다”라고 원인을 찾았던 바 있다. 하지만 강하게 막아서는 수비수들을 역이용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플레이는 이정현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과열을 막고 삼성다운 농구를 펼치기 위해서라도 ‘멘탈게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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