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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공연 도중 관객 울린 조승우, 달래는 비법은?

입력 : 2016-04-05 09:55:54 수정 : 2016-04-11 17: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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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왜 늦었어? 왜 늦었냐고! ”

앙칼지고 표독스러운 외침. ‘조드윅’(조승우+헤드윅) 조승우가 지각생 관객을 향해 소리를 꽥 지른다. 덕분에 객석은 웃음바다. 풍성하고 화려한 금발 가발에 펄이 잔뜩 들어간 짙은 눈화장, 몸에 쫙 달라붙는 섹시한 의상. ‘센언니’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 순간 유일하게 웃지 못한 단 한 사람, 바로 그 ‘지각생 관객’이다.

잔뜩 기가 죽어서 옹알이하듯 조그맣게 대답하자 조승우가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른다. “대답해! 대답 안 해?” 그러자 이 지각생 관객이 눈물을 터트리며 같이 소리를 꽥 질렀다. 일순간 얼어붙은 공연장. 예상치못한 관객의 눈물에 객석이 웅성거린다. 당황한 건 조승우도 마찬가지. “울지마. 진짜 울어? 울지마”라며 달래보지만 자리에 앉아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의 모습에 객석도 덩달아 술렁였다. 하지만 조승우가 누구던가. 벌써 ‘헤드윅’ 공연만 6시즌째 함께 한 ‘조드윅’이 아닌가.

조승우는 “울지마. 내가 다시 보여줄게”라며 지각생 관객이 보지 못했던 라이브 공연 마지막 부분을 열창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애드리브를 잔뜩 섞어서.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해당 관객도 눈물을 멈추고 박수를 보냈다. ‘헤드윅’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조승우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조승우가 ‘헤드윅’으로 무대에 돌아왔다. 이꼴 저꼴 다 본 30대 후반 트렌스젠더 록가수의 느낌을 주기 위해 힘을 빼고 연기한다는 설명처럼 ‘조드윅’의 공연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약 두 시간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자신의 솔로곡과 독백으로 극을 끌고 간다. 질펀한 19금 농담이나 ‘삐’하고 울리는 효과음 속 욕설도 조승우를 거치니 그저 폭소를 유발하는 장치일 뿐이다. 어디서부터 대사이고 애드리브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없이 웃기다. 그러다 사랑과 상실, 분노와 자유를 노래하고 연기하는 조승우를 보고 있으면 작품의 메시지가 떠오르며 다시 한 번 가슴이 찡해진다.

헤드윅이라는 인물은 끊임없이 사랑과 하나됨을 노래한다. 그리고 관객은 그녀를 통해 분리된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된다. 독일의 동-서(한국의 남-북), 자유-억압, 이성애자-동성애자, 너-나 등으로 반쪽 뿐인 우리가 나머지 반쪽을 찾고, 사랑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결국 ‘인생’이 아닐까.

한편 ‘헤드윅’은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의 인생을 노래로 풀어가는 록 뮤지컬이다. 미군과 사랑에 빠진 동독 출신의 소년 한셀이 결혼을 위해 이름을 헤드윅으로 바꾼 뒤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버림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록가수의 꿈을 키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는 5월 29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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