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는 6일 오후 배재후 단장의 사퇴소식을 알렸다. 최하진 대표이사도 지역지를 통해 사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아직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단장까지 책임을 졌는데, 최종책임자가 자리를 보전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성난 팬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CCTV 감시가 갈등의 근본원인이 됐다. 최하진 대표가 시즌 초 선수단 원정숙소 CCTV를 체크한 일이 표면화되면서 사달이 났다. 당시 선수단은 수석코치와 운영부장의 행위라고 판단하고, 최 대표에게 면담까지 요청했고, 수습과정에서 수석코치가 옷을 벗었다. 운영부장은 대기발령상태로 남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후 균열의 폭이 커졌다. 이미 한 차례 내홍을 겪은 선수단에 속칭 프런트라인이라는 모 코치의 내부감독 승격설이 돌면서 다시 대립했고, 이후 언론보도를 놓고 날을 세웠다. 선수단은 실명까지 거론한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화해의 길이 멀어져보이는 시점에서 발표한 이종운 신임감독 카드도 통하지 않았다. 바로 CCTV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직접적인 지시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인권침해문제로 확대됐다. 지난 5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팬들은 분노했고 장외집회까지 열면서 프런트를 성토했다. 구단 직원들은 서로간 눈치만 보면서 매일 가시방석에 앉아 출퇴근만 반복했다.
결국 갈등 봉합은 하지 못했다고 봐야한다. 선수단의 불신을 얻은 이들은 모두가 떠나갔다. 그룹인사로 온 최 대표는 차치하더라도 떠난 사람들은 모두가 롯데에서 평생을 바친 이들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서로 화해하며 손을 맞잡지 못했고, 등을 돌리며 적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야구계 인사들은 이제 오히려 선수단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지켜보는 팬들과 선수협의 존재로 불가능하고, 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불안감이 선수단에 존재하게 된 것 자체가 남은 자들의 씁쓸함이다. 2014년 가을, 롯데는 처참하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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