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줌인] ‘조난자들’ 노영석 감독 "예산은 ‘낮술’보다 30배 늘었지만…"

입력 : 2014-03-13 20:06:44 수정 : 2014-03-16 11:39:5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4년 한국 영화계는 이 감독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낮술’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한국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노영석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 노영석 감독은 ‘낮술’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조난자들’을 선택했다. ‘조난자들’은 펜션에 고립된 여행자와 친절한 전과자, 그리고 의문스러운 경찰 등 의심이 가는 인물들과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노영석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오해에서 비롯되는 긴장감과 반전을 담은 그야말로 명품 스릴러 영화다.

‘조난자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먼저 알아봤다. 그 가치를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셈. ‘조난자들’은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고, 그 관심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조난자들’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들을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이기 때문. 여기에 노영석 감독의 독창적 연출까지 더해져 한국형 스릴러, 아니 영화사를 통틀어 색다른 스릴러란 장르의 한 획을 그었다.

스포츠월드는 노영석 감독을 만나 영화 ‘조난자들’과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저예산 영화인데도 완성도가 꽤 높다.

전작 ‘낮술’은 1000만원으로 만들었는데, ‘조난자들’은 그보다 예산이 30배가 늘어났다. 주변 사람들은 예산이 30배나 늘었으니 더 편해지지 않았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아니다. ‘낮술’은 1000만원으로 친구들과 찍었고, 빠듯한 예산이었지만 큰 부족함은 없었다. 반면 ‘조난자들’ 예산은 3억인데, 상업영화 시스템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여유롭지 못했다. 총 15회차를 촬영했는데,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해서 피로가 많이 누적됐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마무리가 잘 돼서 다행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몰입도도 대단한 것 같다. 비결이 뭔가.

시나리오 단계부터 주인공과 관객 모두 작품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극 중에서 학수도 주인공 중 한 명인데, 학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 관객들이 빠져들기에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자 상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그려냈고, 관객들이 가상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또 이야기 중간중간 공포스러운 장면도 삽입해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노영석 감독의 간접체험을 영화화했다고 들었다.

나는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낮술’과 ‘조난자들’ 모두 내 경험이 들어간 작품들인데, 특히 ‘조난자들’의 경우 언론시사회에서 밝혔다시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던 경험을 그대로 녹여낸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와 차이가 있지만, 아무래도 실제 경험한 일이다 보니 더욱 가깝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만들 때 경험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는 편인가.

모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펜션에서 학수와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도, 심도 있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조난자들’이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보통 주변을 둘러볼 때 사람들 간 관계, 오가는 대화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마음 등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조난자들’의 명장면은 아마도 버스신이 아닐까 싶다. 대단한 특수효과 없이도 엄청난 임펙트를 자랑한다.

나름대로 모험을 했다. 굉장히 지루할 수 있는 신이지만, 버스신을 통해 캐릭터 설명을 대신하고 싶었다. 만약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끝났는데 추가설명을 또 한다면 스토리가 힘을 잃을 수 있는데, 다행히도 이번 작품에선 내가 의도한 대로 버스신이 제 역할을 해줬다. 배우들이 열연을 잘 해줘서, 버스에서 나눈 대화만으로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됐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불편한 상황인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캐치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고등학생 두 명이 싸우는 걸 본 적이 있다. 남녀가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 웃기는 모습이었다. 일부러 웃기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내게 다가와서 진지하게 ‘이 상황이 웃기냐’고 묻더라. 그 둘은 진짜로 싸우는 것이었는데, 내 시각에선 그런 게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불편한 상황 속에서 시각차로 나오는 웃음을 ‘조난자들’에도 집어넣었다. 상진이 우연히 슈퍼에서 학수를 만나는데, 아마 그 상황에서 상진은 빨리 슈퍼를 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스름돈 때문에 또 엮이지 않나.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을 넣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조난자들’은 끊이지 않는 긴장감이 압권이다.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굳이 긴장감을 부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냥 스토리에 몰입했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눈을 감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주인공의 입장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숨어있을까 혹은 도망칠까… 또 그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은 어떤 게 있을까 많이 상상해봤다. 또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느껴질까 등 주인공 시점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상상해봤다.

▲이번 작품에서 오태경, 전석호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많이 알려졌지만, 의외로 덜 알려진 배우가 오태경이다. 오태경이야 말로 ‘조난자들’ 속 학수 캐릭터에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오태경을 비롯해 전석호 등 새로운 얼굴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오히려 그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감독으로서도 보람되고, 배우들도 새로운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릴 기회도 되고… 모든 면에서 함께 성장한 것 같다.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해외 반응이 너무 좋다.

열심히 찍었는데, 좋은 성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 나를 비롯해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괜찮은 작품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참 잘했어요’처럼 도장을 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사실 장르가 강해서 해외영화제에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기분 좋게도 많은 영화제에서 불러주시고 상도 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을 따름이다.

▲끝으로 차기작은 어떤 작품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

내가 즐거운 작품을 하고 싶다. 또 내 마음속에 있는 시나리오를 잘 뽑아내서 완성도 있게 찍었으면 좋겠다. 급하지 않게, 좋은 시나리오로 영화를 촬영하는 게 목표다. ‘조난자들’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음 작품은 전처럼 오래 걸리지 않게 성실하게 작업할 것이다. 더 많은 작품을 통해, 많은 영화인들과 만나고 싶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사진=더 홀릭 컴퍼니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