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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뮤직비디오계의 스필버그 홍원기 감독, 시스템은 나의 힘

입력 : 2014-03-07 17:02:35 수정 : 2014-03-07 17: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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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를 이뤘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가요계에서 홍원기 뮤직비디오 감독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에 날카로운 눈빛이 홍원기 감독의 첫 인상이었다. 얼마 전 예리밴드의 신곡 ‘로미오 마네킹’ 뮤직비디오가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킬빌’을 연상시키는 여성 킬러의 잔인한 칼질 등 파격 영상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였다. 그 동안 여러 아이돌 스타들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해왔고 여전히 슈퍼주니어M의 신곡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홍원기 감독이다. 밴드 뮤직비디오여서 다소 의아해 보일 지도 모르지만 사실 홍원기 감독의 첫 뮤직비디오가 바로 인디밴드 레이지본의 ‘두 잇 유어셀프’였다. 그리고 홍원기 감독 역시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의 소유자다.

“원래 광고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편집과 합성 파트를 맡아 하고 있었죠. 어릴 때 밴드를 했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취직을 했던 거죠. 대학은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를 나왔는데 학창 시절에는 음악만 했어요. 어쨌든, 광고 회사에서 영상을 찍을 기회가 생겼고 그게 뮤직비디오로 이어졌죠.”

20년 지기 친구인 김준홍 촬영감독이 당시 광고 회사에서 ENG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미 대학 졸업 후 뭔가를 함께 해보려 했다가 회사를 들어갔고 뮤직비디오 작업을 시작하면서 둘이서 지금의 쟈니브로스를 설립하게 됐다. 벌써 설립 후 11년이 됐다.

“‘쟈니브로스’란 이름은 괴팍한 아이들이란 뜻이에요. 스태프들도 그렇고 브라더의 느낌으로 가고 있기도 해요. 저와 김준홍 촬영감독과 뮤직비디오만 500 편 넘게 찍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계기도 워낙 록밴드를 좋아해서였기도 해요. 그러다가 넬과 피아도 찍고, 노브레인 등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록밴드들은 다 찍었어요. 마지막에 서태지를 만나게 됐죠. ‘모아이’부터 서태지와 함께 7 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죠.”

서태지의 눈에 들게 된 건 당시 록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어서였다. 서태지는 당시 홍원기 감독을 만나자 손을 잡아주면서 ‘드디어 만날 사람을 만났네요’라고 이야기해서 모두를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고. 그리고 포미닛의 ‘핫이슈’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아이돌 스타들과의 작업이 시작됐다. 홍원기 감독은 현 아이돌스타들 모두 빠짐없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홍원기 감독은 K-POP 뮤직비디오 스타일을 정립한 이로 평가받는다. 그렇게 해서 현재 해외 진출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목표가 국내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해외에도 나갈 수 있게 회사를 정리하고 있어요. 일본에 지사가 있고 하나씩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어요.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제가 봤을 때는 독립적인 장르가 됐어요. 이제 TV의 시대가 아니라 인터렉티브 시대니까, 그런 시대다 보니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거죠.”

뮤직비디오계에서는 독보적인 홍원기 감독이다. 다른 장르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 실제 창 감독 같은 경우,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한 적이 있어 그러한 방향 전환이 이상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홍원기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있는데 아직까지 그 쪽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봐요. 영화나 그런 건 때가 되면 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저런 텍스트에 여러 장르를 접목하고 있어요. 액션에 야한 것도 많고 그렇죠. 요즘 19금 뮤직비디오는 거의 다 저희 쟈니브로스 작품이에요.”

쟈니브로스의 경영 철학도 궁금해졌다. 작은 듯 보이는 이 회사에만 직원이 28이나 된다. 회사의 주수익은 당연히 뮤직비디오를 통해 얻고 있다. 지난해에만 무려 100 편이 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프로덕션으로 치면 큰 규모죠. 저희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어요. 시스템이 갖춰지면 진짜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선배들을 보니까 깨닫게 된 게 시스템의 중요성이에요. 회사에 사장으로는 3년밖에 못가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회사 장비에 투자하고 공부하는 것에 투자하고 그랬어요. 창업자금 200만원으로 시작해서 그렇게 5~6년은 맨땅에 헤딩식으로 했죠. 첫 작품이 700만 원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어요. 그렇게 시작한 거죠. 그렇게 8억 짜리도 찍어보고 그런 사이사이에 데이터베이스가 쌓였죠. 아이디어 베이스나 그런 게 축적이 돼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제작비에 비해 좋은 퀄리티를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셈이죠.”

올해 홍원기 감독의 계획은 역시 해외 진출이다. 갖춰진 시스템을 통해 이미 국내에서는 확고히 자리잡은 쟈니브로스다. 그의 시스템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쟈니브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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