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반동성애법’을 채택했다. 세계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변하는 추세에서 러시아의 결정은 논란을 일으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에 대한 반대 표시로 개회식에 불참을 선언했다. 캐나다의 한 인권 단체도 루지 종목을 소재로 러시아 정부를 비난하는 패러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회에 출전한 동성애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성애자 선수 중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이레너 뷔스트(28·네덜란드)다. 뷔스트는 지난 9일(한국시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4분00초3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7명의 선수 중 하나다. 2006년 토리노 대회 3000m, 2010년 밴쿠버 대회 500m에서 우승한 뷔스트는 이로써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뷔스트는 자신이 동성애자로 언급되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만 ‘반동성애법‘으로 인해 오히려 더 주목받게 됐다. 그가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뷔스트는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뷔스트는 시상대에 오른 뒤 동성애자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발언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동성애자임을 밝힌 오스트리아 여자 스키점프 대표 다니엘라 이라슈코-스톨츠(31)는 “시위 등 올림픽 현장에서 법안에 항의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끈다. 그는 “동성애자 선수들도 다른 모든 선수들과 똑같이 환영받고 있다”며 “러시아의 반동성애 기류에 반대하려면 점프를 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치(러시아)=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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