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게임 기업 아이엠아이가 이른바 ‘나홀로’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근래 모바일 게임 분야가 급속히 외연을 넓히면서 전통의 온라인 게임 기업조차 이 분야로 뛰어들 채비로 분주한 가운데, 아이엠아이는 “남들이 ‘모바일’이라고 외칠 때 ‘온라인’을 고집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임성만 있으면 OK
아이엠아이는 올해 하반기 첫 프로젝트로 ‘구미호’를 내놓았다. 이 게임은 ‘삼국지연의’, ‘수호전’ 등과 함께 중국의 8대 기서 중 하나인 ‘요재지이’(聊齋志異)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화피(畵皮)2’의 내용 및 세계관을 담고 있다. 요재지이는 중국 청초에 나온 문어체의 괴이 소설집이다. 저자는 포송령이다. 헤르만 헤세와 프란츠 카프카 같은 세계적인 문호들의 애독서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어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아이엠아이가 이 작품을 유통키로 한 배경은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을 확신한 연유에서다. 이재원 아이엠아이 게임사업부 이사는 “오싹함을 찾는 여름이라는 시기적인 배경과 온라인 게임 콘텐츠로서의 가치, 여기에 아이엠아이가 보유한 800만명의 회원을 연결하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이엠아이는 게임 내 아이템중개 서비스 모델(아이템매니아)과 게임포털(게임매니아) 부문을 연결하면서 확보한 이용자 800만명을 중심으로 온라인 게임의 수요를 재차 확인했다. 이재원 이사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성장으로 일각에선 국내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이는 온라인 게임 시장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비해 공급 자체가 감소한 때문”이라며 “온라인 게임을 찾는 이용자들은 충분히 존재하며, 만족할 수준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아이엠아이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방향성”이라고 소개했다.
이 연장선에서 회사 측은 국내·외 수작을 찾느라 분주하다. 국내와 중국, 북미, 유럽 등 해외 각국에서 서비스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웹 게임과 모바일 게임도 포함된다. 이재원 이사는 “게임성을 지닌 작품이라면 장르와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적극적인 유통과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손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구미호’다. 소설을 기초로 영화가 제작됐고, 다시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하나의 원천이 여러 형태로 변화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사례다.
‘구미호’는 인간의 마음을 갖기 위해 천년을 기다려온 요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여인, 둘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용맹한 장군의 기이한 인생을 담은 영화 ‘화피2’를 온라인 게임으로 재조명했다.
아이엠아이는 범상치 않은 작품 배경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홍보모델로 김완선을 영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게임의 주 이용자 층으로 설정한 30∼40대와 2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타 업종에서 광고 모델로 발탁한 이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역시 크게 작용했다.
이는 근래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개성 중심의 모델 기용과도 맥을 같이한다. 한때 시장에 적중했던 ‘젊음=흥행’이란 공식이 깨지면서 개성 있는 인물을 앞세우는 것이 대중적인 관행으로 옮아갔다. 게임의 정식 명칭보다 홍보 모델의 이름을 따 ‘○○○의 게임’으로 불릴 정도가 됐다. 모델은 게임의 대표 얼굴이자 이미지로 인지되고,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배우와 가수, 전문 보디빌더, 성우, 일본 성인(AV) 배우에 이르기까지 종사하는 분야도 각양각색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이엠아이 관계자는 “김완선 자체가 지닌 특유의 관능적인 매력과 뇌쇄적인 눈빛이 게임 콘셉트와 일치한다”며 “덕분에 공개서비스 첫날 인터넷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진입할 만큼,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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