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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미안합니다’…염경엽 감독의 매서운 사죄

입력 : 2013-05-22 20:07:26 수정 : 2013-05-22 2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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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넥센 감독이 ‘초보감독의 오버’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한 팀의 사령탑으로서 날카로운 눈빛도 번득였다.

지난 21일 잠실 두산·넥센전, 12-4로 리드하던 5회초 강정호는 2루에서 3루 도루를 실시했고, 이로 인해 두산 투수 윤명준은 연속 사구를 던져 퇴장까지 당했다. 이른바 넥센이 불문율을 깼다고 판단한 결과였고, 양 팀은 벤치클리어링 사태까지 벌이면서 감정이 상했다. 야구인은 선후배 관계로 이어진 업계에서 두산의 상황도 이해가 가고, 넥센의 상황도 이해가 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튿날인 22일 경기에 앞서 염경엽 감독은 김진욱 두산 감독을 찾아가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고, 김 감독도 “미안하다”고 손을 맞잡았다. 괜히 서로간 나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었고 양팀 사령탑은 웃으면서 한때의 해프닝으로 넘겼다. 김진욱 감독은 “사구 상황이 넥센으로서도 화가 날만하다. 이해한다. 윤명준의 2구는 절대로 고의가 아니다.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공식적으로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강정호의 도루는 염경엽 감독의 지시로 밝혀졌다. 염경엽 감독은 “내가 뛸 상황이 되면 뛰라고 정호에게 지시를 했다”고 괜한 오해를 산 승부욕이 화근이라고 전했다.

8점 리드에서 도루를 지시한 이유는 간단하다.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4회까지 8점차였다면 도루를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5회 한 이닝에서 점수가 났고, 선발 밴헤켄의 상태와 두산의 화력을 생각하면 점수를 더 뽑아야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행여나 모를 추격과 역전으로 인한 불펜소모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단숨에 승부를 내고 싶었다는 말이다. 그 점수차를 두고 넥센과 두산의 시선이 엇갈린 셈이다.

이런 상황을 되돌아보곤 염경엽 감독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염경엽 감독은 “난 주면 되돌려주는 사람이다. 사실 곧바로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곧바로 보복구를 지시하고 싶기도 했다는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순간 여러 상황을 판단하고, 마음을 고쳐먹었고, 다잡았다. 그래도 염 감독은 “앞으로 욕을 먹더라도 상황이 발생하면 하겠다. 그게 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한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 결단이 필요할 때는 팀 사기를 위해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강한 뉘앙스였다. 

잠실=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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