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야구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야구규약은 공식적으로 명시돼 있는 규정이 제대로 없고, 표현도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다. 또 구단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에 따라 왜곡한 부분도 많다. 그 중 하나가 해외로 진출한 FA(프리에이전트)에 관한 부분이다. 지난 2009년 시즌이 끝난 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소프트뱅크에 진출했던 이범호가 한 시즌을 주로 2군에서 보낸 뒤 KIA로 복귀했다. 이범호의 국내복귀에서 여러 가지 모순이 발견됐다.
▲FA제도의 본질 왜곡, FA가 아닌데 보상은 왜?
FA로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할 때 원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구단과 계약하면 규약 제164조 2항에 의해 한국 마지막해 연봉의 300%와 선수 1명, 또는 연봉의 450%의 보상을 해야한다. 그런데 FA는 말 그대로 ‘자유인’이고, 이미 이범호는 그 자유를 일본에 진출하는데 썼다. 이범호가 FA가 아닌데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FA의 본질에 맞지 않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우리나라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구단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그런 제도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보상규정은 선수의 자유로운 이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기 때문에 철폐돼야 한다는 게 선수들의 주장이다.
▲한국구단은 봉? 선수들은 해외행 러시!
선수의 반대쪽인 구단을 살펴보면 어이가 없다. 원래 구단들이 해외진출 FA의 경우 국내 다른 구단과 계약할 때 원소속구단에 보상을 하도록 한 것과 복귀후 4년을 뛰어야 FA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구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규정이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됐으니 웃음만 터진다.
한마디로 한국 구단은 ‘봉’이다. 한국은 일부 선수가 두 차례 이상 FA가 돼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FA 천국’이다. 이범호의 예를 들면 지난 1년간 소프트뱅크로부터 계약금 1억5000만엔과 연봉 1억엔 등 2억5000만엔(약 34억원)이라는 거액을 챙긴 이범호는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KIA와 4년간 계약금 8억원 포함, 최소 24억원으로 추정되는 거액을 받았다. 이범호는 4년 뒤 다시 FA가 될 때까지 돈과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 받았고, 5년간 6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챙겼다. 물론 모든 선수가 그렇지는 않지만 FA로 해외에 나갈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라면 이범호같은 ‘이중대박’이 가능하다. LG 이병규, 두산 이혜천도 비슷했다.
이렇게 되면 향후 FA 자격을 얻는 각팀 주전선수들은 무조건 해외진출을 꾀하는 게 유리하다. 비록 해외에서 실패하더라도 국내의 부자구단으로부터 다년계약을 끌어낼 수 있는 확실한 ‘보험’을 들어둔다. 게다가 돈을 받으면서 미국 또는 일본 야구를 공부한 셈이니 ‘일석다조’의 엄청난 특혜다. 규약이 FA선수의 해외진출을 부추기는 꼴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양극화
FA의 해외진출 러시는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제9구단, 10구단 창단과 맞물려 선수 부족과 경기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마당에 우수 선수가 해외로 나가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 흥행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더욱 큰 문제는 돈있는 구단들이 FA획득과 트레이드를 통해 우수선수를 싹쓸이하고 있어 한국 프로야구에서 ‘양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에 이적료를 주기 싫어 이범호를 KIA에 뺏긴 한화나 선수를 파는 넥센 등은 오랜 기간 하위권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과다한 보상 때문에 FA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몇명의 대형선수만 극단적인 이득을 얻고, ‘중소형 FA’는 씨가 말라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KBO와 8개구단이 왜곡된 FA제도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바꿔야만 여러 가지 모순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야구인들의 생각이다.
이준성 기자 os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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