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양공주들의 웃음소리가 질펀한 1970년대 경북 왜관의 한 기지촌 클럽. 심드렁한 얼굴로 컨트리 음악을 연주하던 보컬 상규(조승우)와 그 일행은 어느날 강렬한 기타 사운드에 귀가 번쩍 트인다. 또 다른 기지촌 밴드 만식(차승우)이 팀이 연주하던 그 음악은 바로 ‘까만 음악’으로 불리는 소울 뮤직. 두 팀은 곧바로 의기투합, 6인조 밴드 ‘데블스’를 결성한 뒤 가수지망생 미미(신민아)와 함께 서울로 올라간다.
독특한 무대 매너로 당대 유명 팝 칼럼니스트 이병욱(이성민)의 눈에 띈 이들은 한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의 오픈과 함께 본격적으로 서울 무대에 데뷔한다. ‘미미와 와일드걸즈’의 신명나는 고고댄스까지 어우러지면서 밴드 ‘데블스’는 ‘밤의 제왕’으로 우뚝 선다. 하지만 서슬퍼런 군사독재 시절 심야 영업 집중단속의 철퇴 속에 이들의 밤놀이도 끝을 향한다.
“까짓거, 질러부러!” 영화 속에서 만식이 토해내는 이 한 줄의 대사처럼 ‘고고70’(최호 감독, 보경사 제작)은 러닝타임 118분간 음악을 통해 신나게 ‘질러부는’ 영화다.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대한 늬우스’의 흑백 필름, 허름한 여인숙과 목욕탕, 촌스럽기 그지 없는 의상 등 70년대를 상징하는 비주얼이 잘 배치됐지만, 누가 뭐래도 ‘고고70’은 음악영화다. ‘보는 재미’ 이상의 ‘듣는 즐거움’이 관객들로 하여금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특히 뮤지컬로 이미 가창력을 인정받은 조승우와 실제 밴드 ‘문샤이너스’의 기타리스트 차승우, 드러머 손경호 등이 카메라 10대와 전문 음향장비 사이에서 100% 라이브로 공연을 펼치는 장면은 놓칠 수 없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조승우를 압도한 차승우의 ‘날 것’ 그대로의 연기, 거침없이 흔들어주는 신민아의 고고댄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2일 개봉.
스포츠월드 조범자 기자 butyo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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