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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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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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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행 알짜 노선 잡아라"… 아시아나 - LCC '공중전'
[정희원 기자] 국내 항공사가 이달 말 배분을 앞두고 있는 몽골 하늘길 운수권을 두고 치열한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들은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항공업계, ‘알짜’ 울란바토르 노선 잡아라 이번 운수권 배분은 정부가 지난달 개최한 한-몽골 항공회담에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항사를 2개로 증가시키고, 공급석도 1656석에서 2500석으로 늘리는 데 합의하면서 현실화됐다. 이번 인천~몽골 운수권은 1개의 신규 항공사가 확대된 주3회를 모두 가져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오는 26일 열리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신규 취항사를 발표한다. 한국과 몽골은 1991년 항공협정을 맺을 당시 1국 1항공사 체제에 합의했었다. 이후 국내 대한항공과 몽골 미야트항공이 하늘길을 독점해왔다. 3시간 거리를 70~90만 원을 받아오며 ‘재미’를 봤던 셈이다. 성수기에는 100만 원 이상을 호가했다. 이렇다보니 독점항공 취항으로 항공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고, 항공권이 늘 부족해 결국 승객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매년 몽골 항공수요는 높아지는데, 이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복수항공 취항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몽골 노선은 항공사들이 꼽는 알짜배기 노선이다. 몽골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이 노선 평균 탑승률은 70~80%을 자랑한다. 성수기에는 90%를 상회한다. 2018년 한국과 몽골을 오간 사람은 약 33만 명으로, 연평균 약 11%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몽골 노선은 에어부산에?… 인천 노선 주인공은?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을 신청한 상태다. 아시아나 대 저비용항공사(LCC) 경쟁구도가 잡힌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항공기를 활용해 좌석운영 효율성을 높일 것을 근거로, LCC 측은 대형항공사의 독과점 해소와 시장 가격 하락효과를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LCC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항공업계 독과점 해소’ 정책을 고려한다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아시아나에 주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한다. LCC에서 근거로 드는 것 중 하나가 부산∼몽골 노선 사례다. 현재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에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이 취항하고 있다. 이 역시 회담을 통해 운항횟수와 좌석수가 늘었다. 다른 LCC의 부산 노선 신청 가능성은 거의 없어 현재 운항중인 에어부산에 운수권 배분이 확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에어부산이 부산~몽골 운수권을 확보하다시피 한 상황에 인천 노선까지 아시아나에 배정된다면 이는 독점 해소가 아닌 과점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대해 ‘효율적인 운행이 우선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더욱이 아시아나는 290석 규모를 갖춘 대형기 A330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늘어난 844석의 좌석규모와 주3회 운항편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몽골 노선을 운항중인 대한항공의 항공기도 A330-300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증가한 좌석규모와 편수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1회 비행당 281석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대 189석 규모인 항공기를 보유한 저비용 항공사는 270여 좌석을 쓰지도 못하고 날리게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LCC의 논리대로라면 이번 운수권을 LCC가 획득하더라도 그 또한 과점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LCC “정부, 독과점 해소 목표 잊지 말아야” LCC 업체들은 효율성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LCC가 몽골 울란바토르 취항에 진입하면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LCC 관계자는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했던 괌·사파이 노선에 진에어·제주항공·티웨이 등이 취항하면서 시장가격을 낮춘 사례가 있다”며 “몽골 노선에도 LCC 투입 이후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 몽골 노선 요금이 비쌀 때에는 100만 원이 넘는데, 운항 거리가 비슷한 홍콩 노선만 봐도 30만 원대에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며 “LCC 항공사가 몽골 노선에 들어갈 경우 가격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LCC 항공사들은 무엇보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11월 발표한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LCC가 신규 취항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신규 운수권 배분 자격 규정을 설명하며 “중대 사고가 발생하거나 임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진에어는 2018년 외국인 등기이사 등재 문제로 국토부로부터 경영혁신이 이뤄질 때까지 신규 노선 취항 등의 제재를 받고 있어 이번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운수권 신청에 나선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이른바 ‘기내식 대란’과 박삼구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소란을 겪은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박삼구 회장에서 비롯된 논란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고, 기내식 대란사건도 사실은 3일만에 정리가 된 만큼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수익 노선 취항의 기회를 맞은 다수 항공사와 달리 운수권을 추가로 받을 수 없어 향후 인천~몽골 노선에서 신규 항공사와 경쟁에 나서야 한다. happy1@sportsworldi.com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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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관광청, 지난해 이례적 역성장… 차별화 선언
[정희원 기자] 홍콩관광청이 올해 한국인 여행객 유치에 심혈을 쏟는다. 홍콩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이에 홍콩관광청은 이례적인 성적에 올해는 ‘다시 날아보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예년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권용집 홍콩관광청 한국지사장은 “홍콩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주로 중요한 국제이슈가 있을 때”라며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8년 금융 위기 때에는 관광객이 줄어들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2018년에는 관광 외적인 사건 없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권용집 지사장은 동남아 경쟁국 대비 저비용항공사(LCC) 공급 상대적 열세, 경쟁국 대비 높은 물가, 상품단가가 높은 홍콩 패키지상품 등을 관광객 하락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홍콩관광청은 방송촬영 지원, 미디어·인플루언서 초청 지원 등에 나섰으나 아쉬운 성적을 거둬 올해는 더욱 분발하겠다”고 했다. 2018년 홍콩을 방문한 한국 여행객의 82%는 개별자유여행객(FIT)이었다. 재방문율은 7%, 단독 홍콩 방문율(경유여행 제외)은 20.9%씩 각각 증가해 ‘관광 질적인 면에서는 개선되고 성장했다’는 평가다. 홍콩관광청은 ‘안전하게, 편하게, 가깝게, 재밌게’라는 메시지를 담아 브랜딩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경유여행지로서 매력을 강조하고, 계절별 주말 단기 여행을 적극적 알린다. 홍콩관광청이 제안하는 계절별 주말 단기 여행은 ‘올드타운 센트럴·삼수이포로 봄 시간여행’, ‘여름 해변·호캉스·나이트라이프·몰링 여름 여행’. ‘완차이·홍콩섬 등 남부지역으로 현지인처럼 떠나는 가을여행’, ‘미술관과 갤러리·문화관광복합 명소를 도는 겨울 아트투어’ 등 여러 테마로 꾸려진다. 한편, 고속철도(HSR)와 홍콩~주해~마카오대교(HZMB) 개통으로 마카오·광둥성과 연계한 상품 개발에도 나선다. 유럽·호주·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여행객 대상 ‘스톱오버 프로모션’도 활발히 운영한다. happy1@sportsworldi.com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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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 1 번지… 파주관광 '북적'
[파주=정희원 기자] 분단의 상징이었던 ‘임진각 독개다리’에 남북을 잇는 ‘평화의 미디어 가상철로’가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펼친 ‘러브포DMZ’(#LoveforDMZ) 캠페인의 마지막 여정이다. 캠페인은 국내 DMZ(비무장지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열렸다. 독개다리는 과거 남북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됐다. 아직도 총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캠페인 이후 끊어진 철로 위에는 옛 객차가 복원돼 세워졌고, 내부는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염원을 담은 미디어아트로 훈훈히 채워져 있다. 총 190개국에서 5만7889명이 한반도 평화의 염원을 담아 SNS를 통해 손가락 하트와 소망을 담아 보내왔다. ‘러브포DMZ’의 감동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찾으면 된다. 자동차로 갈 경우 내비게이션에 ‘임진각 주차장’을 찍고 달리자. 도착해서 독개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소원을 비는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매달아놓은 철조망을 지난다. 5분 정도 걷다 보면 오래된 열차가 나온다. 전쟁 중에 총탄을 맞고 비무장지대인 장단역에 오래 버려져 있던 경의선 열차를 가져온 것이다. 열차를 지나 쭉 따라가면 복원된 옛 열차가 나타난다. 자리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도 좋고, 내부의 키오스크를 이용해 가상 티켓을 끊는 것도 재밌다. 이를 지나면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아찔할 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유리로 만든 바닥 아래를 보면 전쟁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멀리 북한 땅을 내다볼 수도 있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지나가는 기차가 아련하게 느껴진다. 독개다리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이왕 임진각에 왔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산책도 즐겨보자. 형형색색의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어우러진 ‘바람의 언덕’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한반도를 오가는 자유로운 바람의 노래를 표현한 작품이다. 너른 들녘에서 바람개비와 함께 ‘인생샷’을 남겨보자. 인상적인 기념품 아이쇼핑도 잊지 말자.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이 한 가득이다.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한다. 비무장지대 DMZ가 쓰여진 후드티셔츠 등 의류, 북한 술, 38선 철조망을 자른 조각, 기념 자석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왕 파주를 찾았다면 ‘연계 평화여행 코스’를 함께 둘러볼 것도 추천한다.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민간인 통제구역(이하 민통선) 내 유일한 미군 반환기지인 ‘캠프 그리브스’와 ‘도라전망대’를 찾아보자. 단 두 곳 모두 민통선 너머 DMZ까지 들어가야 하는 만큼 통일대교에서 신원확인을 거쳐야만 방문할 수 있다. 신분증은 필수다. 차량을 가져온 사람은 탑승자와 차량정보를 기재하고 입장료 3000원을 지불하면 출입증을 준다. 캠프 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한국전쟁 이후 50여년간 미군이 주둔하던 국내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이다. 지금도 미2사단 506연대가 머물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재는 민간인을 위한 평화안보 체험시설로 리모델링해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유일한 체험형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의 막사와 건물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스케치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미군들이 훈련을 받으며 외치던 구호들이 들려온다. 미술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을 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명범의 ‘플레이그라운드’ 연작이다. 전쟁무기를 보관하던 탄약고 한 곳에 커다란 사슴이 세워져 있다. 거대한 뿔이 천장까지 이어진 사슴은 웅장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사슴의 비폭력적인 상징성에 주목해 이 작품을 들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그리브스에는 과거 내무반을 재현한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에다, 신체훈련까지 받을 수 있어 수련회 코스로도 인기다. 이날 함께 숙소를 둘러본 남성들은 “군대시절’이 떠오른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생들은 인근에서 군 복무중인 배우 김수현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을지 설레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이 이뤄져 해외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북단 도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 도라전망대는 지난해 기존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11m 더 가까운 곳에 새로 문을 열었다. 전망대에는 국내 관광객보다 서양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 이들은 ‘북한과 군사분계선 기준 직선거리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내다본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따라 쭉 이어진 땅덩어리들을 훑어보지만 아스라해 어디가 남한이고 북한인지 와 닿지 않는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 다시 찾아와야 ‘제대로 보이겠구나’ 아쉬웠다.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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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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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곰치국·속이 꽉 찬 대게… 겨울 더 특별한 울진의 맛
[정희원 기자] ‘겨울바다 여행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깨뜨려준 곳이 경북 울진군이다. 짙푸른 동해바다가 넘실거리고, 먹을 거리가 넘쳐난다. 뜨거운 온천욕까지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겨울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서울에서 울진까지 가려면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는 게 편리하다. 4시간 반 정도면 울진에 닿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KTX를 타고 강릉까지 간 뒤, 환승해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더 가면 된다. 울진 북단의 죽변항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바닷길 사이로 어선들이 죽 늘어져 있다. 크고 작은 작은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줄지어 있어 어항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우성식당에서는 울진 특산물 곰치국을 만날 수 있다. 칼칼한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곰치를 텀벙텀벙 잘라 끓여낸 국물요리다. 사장님이 들어 올려 보여준 곰치는 재밌게, 하지만 익숙치 않게 생겼지만, 해장에는 그만이란다. 곰치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꼼치’가 표준어다. 곰치, 물텀벙, 물곰 등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못생긴 물고기로 버림받았는데, 이제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귀하신 몸’으로 등극했다. 곰치는 살이 다른 생선과 달리 야들야들해 먹는 재미를 준다. 뽀얀 속살이 그대로 내려가 쓰린 속을 살며시 어루만져 준다고 한다. 곰치국은 원래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업에 나선 뱃사람들에게 든든한 한 끼이자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이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덕구온천을 향해 간다. 죽변항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덕구온천 뒤로는 해발고도 999m의 응봉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 주변으로 온천리조트가 있는데, 온천에 들른 손님들은 입욕하기 전 응봉산을 짧게 트래킹하기도 한다. 산책로처럼 이어지는 등산로는 ‘소풍’온 듯한 기분을 준다. 이번에는 덕구계곡을 따라 원탕까지 다녀오는 산책형(8㎞) 코스를 따랐다. 산행 내내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평탄한 길이 그리 어렵지 않아 덕구온천 리조트에서는 담당자가 아침마다 관광객을 모아 이곳으로 산책을 온다. 덕구계곡에 들어선 지 오래지 않아 선녀탕과 용소폭포를 만났다. 계곡의 낙차가 폭포 급은 아니고 고인 물이 깊은 모양새다. 여기서 1시간 정도 더 걸으면 원탕에 도착한다. 올라오는 내내 얼어있던 계곡은 섭씨 43도 온천수 효과로 이 곳에서 녹아 흐른다. 원탕 아래 설치된 족탕에 발을 담가보자. 온천수는 파이프라인에 실려 덕구온천으로 들어간다. 올라오는 내내 보이던 수로관이 바로 온천수 통로다. 덕구온천은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모터로 뽑아내지 않은 ‘자연용출’ 온천이다. 하루에 약 2000t의 온천수가 솟아오른다. 트래킹 후 하산해 내려오면 온천 앞에 느긋한 시간을 즐기는 고양이들이 여행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후 즐기는 온천이 ‘백미’다. 최근 울진군의 ‘핫플레이스’는 울진군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후포항이다.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얼마 전부터 ‘백년손님’ 등 방송을 통해 조명되며 확 떠올랐다. 후포항의 원조 명물은 ‘대게’다.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에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대게철,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활기가 넘친다. 왕돌초 광장에서 첫 번째 집, ‘왕돌수산’에서 통통한 대게 다리를 한입 베어무니 달달하고 감칠맛 나는 바닷내음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대게 생산량 1위인 울진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는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잡았다고 전한다. 요즘으로 따지면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가 ‘원조 마을’이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다. 이뿐 아니라 울진 특산품인 방어와 문어를 즐길 수 있다. 울진에서는 대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울진 붉은대게(홍게)와 소스를 넣고 끓인 ‘게짜박이’도 별미다. 이를 졸여 밥에 비벼먹는데, 칼칼한 푸빳퐁 커리 느낌이 나면서도 한국적이다. 최근에는 바닷길에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다보면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아찔한 경관을 자랑한다. 유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신발에 덧신을 신고 걷다보면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 서서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북면 나곡리에 위치한 나곡 바다낚시공원을 찾아보자. 탁 트인 동해바다와 이를 가로지르는 잔교, 뾰족뾰족 서있는 해안절벽의 조화가 근사하다. 낚시 이용료로 5000원을 받는 유료낚시터지만 손맛이 좋아 인기다. 한편,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광장에서는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19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내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축제 장소인 왕돌초광장에는 대게 홍보전시관 등이 설치돼 울진대게의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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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장 크로아 직항 뜬 뒤… 희비 갈리는 '한진 형제'
[정희원 기자] 최근 국내서 가장 떠오르는 여행지 중 하나는 단연 ‘크로아티아’다. 푸른 빛 청량한 지중해와 아드리아해를 품은 이 나라는 유럽의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다. 과거에는 유럽여행 환승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이 수도 자크레브에 취항한 이후 본격적인 관광지로서 부상하고 있다. 여행 관련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은 너도 나도 크로아티아를 들러 ‘인증샷’을 남길 정도였다. 신혼여행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실제 크로아티아 통계청의 2017년 외국인 관광 통계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1박 이상 숙박한 우리 국민은 44만8636명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다. 독일·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이탈리아 등 인근 유럽 국가와 미국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크로아티아 패키지 상품의 원조는 한진관광이다. 약 9년 전부터 전세기를 띄워 ‘럭셔리 패키지’로 운영하는 중이다. 현재 정확한 점유율이 집계되지는 않지만 대한항공을 타고 가는 크로아티아 패키지는 거의 한진관광의 상품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자크레브 취항 이후 국내 크로아티아 여행은 ‘한진그룹’이 독식하는 셈이다. 한진관광은 과거부터 발칸 지역 시장을 선점하고, 유럽 시장을 강화할 계획을 천명해왔다.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갑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앞서 2014년에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캠페인을 통해 크로아티아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또 이를 통해 유럽노선 탑승률이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고도 발표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 크로아티아가 흥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한진관광이 대한항공 자크레브 직항 취항 이후 남몰래 쓰린 속을 다스린다는 말이 속속 들린다.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관광은 대한항공에 ‘이용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느끼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는 동일한 여행지에 대해 패키지 여행 등 관광상품으로 풀 것이냐, 직항 비행기를 태울 것이느냐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대한항공 직항 이전까지는 한진관광이 패키지 상품으로 관광객을 모객해 전세기를 띄우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한진항공은 대한항공의 직항 취항 이전까지 1년에 5~7편 정도 크로아티아행 전세기를 꾸려왔다. 한진관광은 패키지 상품 운영 시 대한항공 비행기 전 좌석을 단독으로 가져왔다. 한 회사에서 단독으로 전세기를 띄운 경우 다른 여행사에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이렇다보니 탑승객을 다 채우지 못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이 한진관광에 ‘떠넘기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진관광에서만 크로아티아 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여행패키지 상품으로 전세기를 띄울 경우 여행사가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며 “예컨대 탑승 정원이 200명이라면, 이를 모객해 항공사에 비행기를 띄워 달라고 요청하면 항공사는 이를 승낙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항공사가 직항을 띄우겠다는 것은 직접 티켓 판매에 나선다는 의미로, 여행사를 통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제각각 다른 회사라고는 하지만 한진그룹 내 한솥밥을 먹는 식구끼리 미묘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도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좋은 노선이면 당연히 직항을 띄우는 게 맞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진관광이 그동안 크로아티아 전세기로 재미를 봤는데, 대한항공 직항취항으로 내심 서운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관광은 대한항공 크로아티아 직항 취항 후 여행 패키지 상품 매각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두 회사는 이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런 서운함에 대해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한진관광은 보다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기존까지는 전세기를 띄워 왔지만 직항 취항 이후 정기편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대다수를 점유하던 크로아티아 여행시장의 파이를 다른 곳까지 나눠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런 소문을 내는 대다수 여행사들에게 불만이 크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직항을 띄운 뒤 패키지 수요가 줄어 어느 정도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나, 대한항공에 서운한 점은 전혀 없다”며 “이보다는 우리의 노력으로 새롭고 멋진 크로아티아 여행이 뜬 것에 대한 자부심 느낀다는 점을 조명해달라”고 말했다. 또 “그런 식으로 두 회사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행 업계에서는 ‘가족같은 사이인데 서로 그런일이 없다, 서운하지 않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한지붕 가족이더라도 그룹 내 규모와 입지 면에서 대한항공이 갑이고, 한진관광이 을인 상황인 만큼 한진관광이 대한항공에 대놓고 서운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로아티아 전세기가 한진관광의 효자상품인 것은 사실이나, 당장 매출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은 밥그릇을 나눠야 하는 사이이고, 사실상 한진그룹내에서 크로아티아 여행지 취항 및 관광상품 독과점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happy1@sportsworldi.com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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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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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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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 품은 청정자연… 영월의 매력에 빠지다
[영월=정희원 기자]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차를 타고 꼬박꼬박 졸다 보니 어느새 영월에 도착했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느껴지니 비로소 ‘강원도에 왔구나’ 싶다. 겨울 영월은 얌전하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다른 강원도 지역과 달리 자연을 그대로 품은 듯 소박한 인상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비운의 임금 ‘단종’과 방랑시인 ‘김삿갓’의 흔적 영월은 소박함 속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다. 구석구석에는 비운의 임금 단종의 흔적이 어려 있다. 영월은 단종의 마지막 생을 보낸 곳이다.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박탈당하고 단종에서 노산군으로 강봉된 그는 어린 나이에 먼 영월 청령포까지 유배를 와야 했다. 단종은 유배된 지 두어달만에 거처가 물에 잠기자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 뒤, 그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단종을 모시던 충신들도 이곳에서 그와 함께 삶을 마무리했다. 영월에는 단종의 한 서린 마지막을 담은 역사적 장소를 곳곳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곳이 단종이 잠든 ‘장릉’과 유배돼 거주하던 ‘청령포’, ‘관풍헌’이다. 이들 사적지는 각각 승용차로 5분 거리 이내에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해 있다.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도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섬처럼 보인다. 아직도 이 곳으로 가려면 배를 타고 5분 정도 움직여야 한다. 청령포에는 사람들을 나르기 위한 배가 수시로 다니고 있다. 청령포를 향해 가며 보이는 강물은 깊고 맑아 속까지 들여다보인다. 이른 아침마다 강 주변이 물안개로 뒤덮이는데, 주민들은 이를 두고 ‘단종의 한숨 섞인 눈물이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배에서 내려 돌길을 조금 거닐다보면 비로소 흙길이 나타난다. 청령포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소나무가 가득 심겨 있어 작은 숲처럼 느껴진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자라며 하늘길을 만든다. 이곳에는 단종의 비통한 모습을 직접 보고 비통한 눈물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관음송’(觀音松)이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있다. 서울에 두고 온 부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단종이 쌓았다는 돌탑인 망향탑에서도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단종이 마지막으로 머무른 곳인 관풍헌은 지방 수령들이 공사(公事)를 처리하던 객사였다. 그는 이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는다. 이후 단종은 ‘장릉’에서 비로소 영면에 든다. 장릉은 다른 왕릉과 형태가 다소 다르다. 이는 터를 잡고 왕릉을 조성한 게 아니라,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호장 엄홍도가 수습해 선산에 몰래 암장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장릉의 봉분은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고, 묘역도 좁은 편이다. 다른 왕릉과 달리 왕을 지킨다는 무장을 상징하는 무석인(武石人)이 없다. ‘칼’에 생을 마감했으니, 이를 없앴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인을 표현한 문석인(文石人)도 크기가 작다.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장릉에는 봉분뿐 아니라 단종의 시신을 거두지 말라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습한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이 있다.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위(忠臣位) 32인, 조사위(朝士位) 186인, 환자군노(宦者軍奴) 44인, 여인위(女人位) 6인을 합해 총268인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장판옥(藏版屋)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꽤 넓은 공간을 둘러볼 수 있고, 한복을 빌려입고 거닐 수 있는 한복대여소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 영월군 읍내 근처에는 단종의 죽음을 슬퍼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금강정과 낙화암이 있다. 금강정은 세종 때 처음 지은 전망이 빼어난 정자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동강이 아름답다. 단종 승하 후 단종의 궁녀와 관리인, 종인을 비롯한 총 90명이 낙화암에서 떨어져 목숨을 던졌다. 금강정 뒤에 시녀·시종들의 넋을 모신 사당 민충사가 있다. 좀 더 가면 이들을 기리는 충절비와 몸을 던진 절벽을 가리키는 낙화암 빗돌을 볼 수 있다. 영월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역사적 인물은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본명은 김병연으로 나이 20세에 이곳 관풍헌에서 열린 백일장에 참여해 장원급제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탄한 대상이 조부 김익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책감에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을 떠돌며 방랑생활을 하며 시를 썼다. 현재 영월군에는 그가 잠들어있는 김삿갓묘가 있다. 근처에는 김삿갓이 거주했던 공간이 있는데, 재밌게도 ‘현대판 김삿갓’이 거주하고 있다. 기골이 장대하고 하얀 수염을 기른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 최상락 씨가 김삿갓을 재현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가용으로 10분 남짓이면 김삿갓의 일생을 모아놓은 ‘난고김삿갓 문학관’에 들를 수 있다. ◆영월에서 만나는 하늘·땅 ‘자연절경’ 영월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절경도 만날 수 있다. 장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선돌’도 각광받는 명소다. 선돌은 두 갈래로 우뚝 솟아있는 70m 높이의 두 절리를 말한다. 흐르는 강 사이로 자리한 층암절벽의 모습이 마치 신선같다 해서 ‘신선암’이라고도 불린다. 마치 큰 바위를 신선이 칼로 쪼갠 듯하다. 이 사이로 서강이 흐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선돌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 꼭 이루어진다는 설화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영월에 왔다면 아름다운 별이 쏟아지는 밤을 만끽해보자. 영월읍 봉래산 정상에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 이라는 뜻의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다. 일반에 개방되는 시민천문대 최상의 관측조건인 해발 799.8m에 자리하고 있어 달, 행성, 별을 자유롭게 관측할 수 있다. 플라네타리움돔(천체투영실)에서 해설사로부터 별자리를 찾고, 로마신화를 들은 뒤 관측실로 옮겨 별과 달을 만날 수 있다. 관측실에 올라가면 슬라이더로 열리는 천장이 장관이다. 천문대가 위치한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넓은 시야로 산 정상에서 영월읍내를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다. 데이트와 가족여행 코스로도 훌륭하다.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투어 영월은 ‘박물관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였던 전 KBS 영월지국을 개조해 만든 라디오스타 박물관을 필두로 무려 24개의 다양한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영월에 들렀다면 직접 민화를 그려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조선민화박물관’, 수 백년 된 한국과 중국의 다기를 모아놓은 ‘호안다구박물관’을 추천한다. 호안다구박물관에서는 다례교육이 인기다.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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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가득한 '동화호텔'… 롯데호텔서 '남자친구' 주인공 돼보세요
[정희원 기자] 수요일·목요일의 로맨스를 책임지고 있는 tvN 드라마 ‘남자친구’는 제목만으로도 설레게 한다. 역대 tvN 드라마 첫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9.4%)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속 촬영장소가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아름다운 배경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차수현(송혜교 분)과 김진혁(박보검 분)의 설레는 로맨스 주요 배경지는 ‘동화호텔’이다. 등장부터 촬영지가 어딘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동화호텔의 실제 촬영장소는 ‘롯데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데이트 장소부터 호텔까지, 현실 속 ‘남자친구’를 만나러 떠나보자. ◆럭셔리한 수현의 공간, ‘롯데호텔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 동화호텔의 대표이자 정치인의 딸인 수현은 늘 품격있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수현이 드라마 속 ‘동화호텔 속초’에서 묵었던 방은 럭셔리하면서도 편안한 인테리어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현이 지내던 방은 지난해 대규모로 재단장한 롯데호텔서울의 ‘이그제큐티브 타워 로열스위트’다. 이곳은 서울 강북 지역 럭셔리 호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열스위트는 460.8㎡(약139평)의 공간에 41억 원을 들여 럭셔리하게 꾸민 최고급 객실이다. 드라마 속 화면에 잡히는 컬러와 침구, 조명까지 우아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보기만 해도 아늑한 침대는 시몬스 최상위 매트리스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으로 최적의 수면환경을 제공해 투숙객들의 ‘호평 포인트’ 중 하나다. 이는 이그제큐티브 전 객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드라마 곳곳에 등장한다. 동화호텔 주주총회가 열리는 회의실도 이곳 미팅룸이다. 이뿐 아니라 레스토랑 라세느, 모모야마, 도림, 피에르가니에르 등 식사 장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진혁·수현 재회장소는 ‘롯데리조트 속초’ 동화호텔의 대표 수현과 신입사원 진혁의 로맨스도 잠시, 진혁이 속초로 발령나며 위기가 찾아온다. 새로운 배경인 속초는 아름다운 바다, 하늘이 어우러져 그리움을 한층 진하게 만든다. 진혁의 새로운 근무지 동화호텔 속초는 동해안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롯데리조트 속초’다. 3면 바다 조망으로 모든 객실에서 환상적인 ‘오션뷰’를 만날 수 있다. 또 인피니티풀부터 워터파크, 사우나, 찜질방 등 다양한 휴양시설을 갖춰 레저에 최적화됐다. 롯데리조트 속초에서 동해안의 겨울바다를 만끽하며 ‘동화호텔’의 모습을 찾는 것도 색다른 추억을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드라마 속에서 진혁이 종종 거니는 산책로는 속초의 필수 방문코스 ‘바다향기로’다. 속초해수욕장부터 롯데리조트 속초를 거쳐 외옹치항까지 이어지는 총 1.74㎞의 바닷길이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너른 산책길은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다.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속초에서 재회한 진혁과 수현은 바다가 펼쳐지는 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곳은 롯데리조트 속초 9층에 위치한 바 ‘루프탑9’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칵테일이나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방송 이후 바를 찾는 고객이 급증하며 동해안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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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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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가득한 감동 힐링… 해운대의 낭만 여행 더 빛나네
[부산=정희원 기자] 부산 관광객들이 꼽는 대표 명소는 단연 ‘해운대’다. 국내 8경 중 하나로 불리는 만큼 부산관광 필수 코스다. 과거에는 고관들이 앞다퉈 별장을 짓던 해운대는 이제 세련되고 낭만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이곳 부산 최대 관광지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1일 문을 연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이하 페어필드)이 그 주인공이다. 페어필드는 앞서 2018년 4월 서울 영등포에 문을 연 이후 두 번째 오픈 장소로 해운대를 택했다. 페어필드는 창립자인 존 윌러드·앨리스 메리어트가 1951년에 구입한 페어필드라는 이름의 농장에서 시작됐다. 농장이 베풀었던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친근한 서비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브랜드다. 국내 오픈한 페어필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휴식에 필요한 요소는 모두 갖춘 콤팩트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힘을 뺐다. 기존 호텔의 ‘풀 서비스’ 대신 필요한 것만 압축했다. 이병철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총지배인은 “이곳에서는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작은 공간에 필요한 것들만 알차게 담겨 있다. 원목가구와 아이보리 컬러를 주로 한 인테리어에 블랙 포인트 컬러의 조화가 심플하다. 큰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채광은 화사하고, 밤에는 야경의 불빛이 멋스럽다. 이곳은 총 225실 규모로 이 중 224실이 전부 23㎡ 크기의 ‘스탠다드룸’으로 구성돼 있다. 전 실에는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닫이문이 설치돼 있어 화장실과 침실 등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화장실도 독특하다. 문 하나로 샤워실·화장실을 닫을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페어필드가 특히 힘을 준 것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침대’다. 무엇보다 ‘휴식’을 중점으로 두고 있어 에이스침대에서 직접 맞춤 제작한 매트리스를 들여놨다. 눕자마자 푹 감기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아쉬울 정도다. 목을 감싸주는 베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또 작은 공간 곳곳에 USB충전기·콘센트가 있어 편리하다. 이밖에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팅룸, 피트니스센터, 코인 세탁실, 다이닝 공간 등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비즈니스 호텔로서도 추천할 만하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입지’다.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과 도보 10분 거리, 해운대 바닷가 도보 3분거리에 위치해 있어 걸어서 인근 관광명소를 다닐 수 있을 정도다. 페어필드 부산에서 즐기는 해운대에서의 ‘짧고 굵은’ 1박2일 추천 코스를 소개한다. ◆짐 풀자마자 해리단길에서 ‘감성충전’ 점심 무렵 도착했다면 해운대의 떠오르는 명소인 ‘해리단길’로 향해보자. 옛 해운대역사로 들어가 철거된 철길을 가로지르면 최근 1년 새 급 부상한 해리단길을 만날 수 있다. 철길 뒤편 낙후돼 있던 지역의 저렴한 임대료는 청년 자영업자들을 하나둘 불러모으는 데 적격이었다. 오래된 주택가와 빌라 사이로 개성있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레스토랑이거나 디저트 카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막상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 앞에서는 순서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오래된 빌라를 앤티크하게 개조한 가게가 적잖다. 간단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호키츠네’에서는 유부에 돌돌 말린 작은 주먹밥과 미니우동이 명물이다. 녹차 마니아라면 말차 전문점 ‘하라네코’를 들러보자. 시루에서 쪄낸 찻잎을 그늘에 말려 맷돌에 갈아 가루로 만든 맛차를 이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맛차 브라우니’를 추천한다. ◆동백보고, 야경 보고 싶다면 ‘동백역 인근’ 저녁의 해운대를 즐기고 싶다면 동백역 인근으로 향해보자. 해운대 서쪽 끝 웨스틴 조선호텔을 시작으로 동쪽 끝 미포까지 이어지는 해변가 곳곳에는 맛집과 카페, ‘나이트캡’(잠들기 직전에 마시는 칵테일을 총칭)으로 저녁을 마무리하기 좋은 바들이 즐비해 있다. 우선 해질 무렵엔 서쪽에서 올망졸망 빨간 빛을 자랑하는 동백꽃이 피어 있는 동백섬에서 가볍게 산책을 즐겨보자. 동백꽃 감상 명소일 뿐 아니라 바다를 낀 산책로가 유명하다. 동백나무가 산책로 양옆을 감싸고 눈앞에 탁 트인 바다는 힐링 여행지로 제격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는 오륙도와 이기대공원, 광안대교 등 부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야경을 보고 싶다면 동백섬을 내려와서는 부산의 밤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더베이101’를 찾아보자. 전체 면적 6000여㎡에 이르는 이곳은 부산 야경 1번지로 손꼽히는 마린시티를 마주보는 곳에 마련된 명소다. 아름다운 부산 바다와 현대적인 건축물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에서 ‘피시앤 칩스’와 함께 생맥주 한잔을 즐겨보자. ◆해운대에서 즐기는 따끈한 온천 페어필드 부산에는 모두 욕조가 없고, 자체 사우나를 운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인근 온천사거리에는 목욕을 즐길 곳이 많다. 해운대는 국내 유일의 임해온천이다. 현재 우동, 중동지역 1.4㎢는 온천지구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하루 약 4750t이 생산돼 연간 60만 명 가량이 이용할 정도다. 이곳은 과거부터 유명한 온천지였다. 신라시대에는 구남온천으로 불렸고,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 온천 사거리 인근의 ‘할매탕’이다. 온천수는 알칼리성 단순식염 온천으로 라듐분을 함유해 피부병·요통·통증 등을 가라앉히는 데 유리하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는데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도에 이른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탕을 운영해 아이를 씻기기 힘든 젊은 부부가 함께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후에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게 피부에 좋다. happy1@sportsworldi.com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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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로는 모자란 나가사키
[나가사키=정희원 기자] 처음 나가사키 여행을 계획한 것은 ‘짧은 휴식’을 위해서였다. 지인들도, 인터넷에서도 나가사키를 두고 “2박3일이면 지루해지는 곳”이라고 평했다. 심지어 후쿠오카에서 놀다가 ‘심심할 때 하우스텐보스에 가기 위해 들르는 곳’이란다. 하지만 웬걸, 3박4일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나가사키는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넘치고, 유럽 분위기와 섞인 독특한 명소가 즐비하며,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 걷고,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어느새 귀국할 시간이다. ◆나가사키에선 역시 ‘짬뽕 한그릇’ 아침 일찍 직항 비행기를 타고 점심시간에 조금 못 미쳐 호텔 체크인까지 마쳤다. 첫 일정은 일본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인 이곳에서 명물 ‘나가사키 짬뽕’을 먹는 것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전차로 5분 남짓 위치에 원조집 ‘시카이로’(四海樓)가 있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평에 지도 앱을 켜고 ‘현지 맛집’ 찾기에 나섰다. 휘황찬란한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곳의 취사정(翠獅庭)의 평이 좋아 택했다. 민트색 건물이 눈에 확 들어와 찾기 쉽다. 탱글한 레몬크림새우와 돼지고기·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짭쪼름하면서도 깊은 맛에 숟가락을 놓을 수 없다. 중화거리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가장 번화가인 하마노마치 아케이드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하마노마치에는 드럭스토어·돈키호테 등 잡화점이 늘어서 있지만 화려한 쇼핑을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아케이드 내부 하마야백화점이 나가사키 시내에서 명품 손수건, 양산, 화장품 등을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인 듯하다. ◆나가사키에서 만나는 유럽, 과거로 ‘시간여행’ 떠나볼까 나가사키는 흔히 ‘일본 속 작은 유럽’으로 불린다. 오랜 시간 무역 요충지 역할을 하면서 네덜란드·포르투갈·영국 등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차이나타운 도보 15분 거리에는 부채꼴 모양의 인공섬 ‘데지마’(出島)를 찾아가보자. 서구적인 목조건물과 일본의 분위기가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상관이 이곳으로 옮겨지며 220년간 해외무역 창구 역할을 했다. 이제는 잘 정비된 역사콘텐츠 관광지다. 건물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인, 네덜란드 공사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녹여냈다. 좀더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기모노를 빌려보자. 2000엔이면 기모노를 빌리고 여성은 전통의상에 어울리도록 머리손질까지 받을 수 있다. 나가사키 유럽 분위기의 정점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지 ‘구라바엔’(グラバ-園, 글로벌공원)에서 느낄 수 있다. 3만 평에 달하는 정원과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가옥인 ‘구라바 저택’이 인상적이다. 구라바엔 아래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목조고딕양식 성당 ‘오우라천주당’(大浦天主堂)이 우뚝 서있다. 1864년 프랑스인 선교사가 이곳 순교자 26명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흰색과 짙은 에메랄드색으로 지어져 우아한 외관을 자랑하며,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무척 아름답다. ◆일본 3대 야경명소, 로맨틱 분위기 ‘물씬’ 나가사키는 일본 3대 야경 명소로 꼽힌다. 나가사키 항구를 마주한 ‘데지마 와프’(出島ワ-フ)는 바닷길을 따라 세련된 카페·레스토랑이 즐비해 야경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일몰이 시작되면 부둣가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바다 건너 마을 불빛까지 합세해 장관을 이룬다. 인근 나가사키 현립 미술관 옥상정원도 숨겨진 야경명소다. ◆앤티크한 카페에서 즐기는 ‘명품 카스테라’ 포르투갈식 디저트를 현지화한 게 ‘나가사키 카스테라’다. 후쿠사야(福砂屋)·분메이도(文明堂)·쇼오켄(松翁軒) 등이 3대 카스테라 명장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쇼오켄 본점을 들러보길 추천한다. 1681년 문을 연 이곳은 2층에서 카스테라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빨간 카페트, 짙은 체리색 원목가구, 알록달록한 조명과 빈티지한 테이블웨어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750엔에 초코·녹차·플레인 중 두 가지 맛의 카스테라,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카스테라는 찰진 듯 부드러운 식감을 보이며, 굵은 설탕이 바삭하게 씹혀 달콤하다. 라떼도 좋지만 산미가 느껴지는 아메리카노와 좋은 궁합을 보인다. 나머지 3대 카스테라를 맛보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제품은 모두 공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골목 속 곳곳 숨어있는 ‘미식로드’ 나가사키 맛집 하면 돈까스 명가 ‘분지로’, 해장으로 그만인 토마토라멘을 선보이는 ‘히이라기’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밖에도 골목 곳곳에 오래된 ‘강호’들이 숨어있다. 우선 시안바시역 근처에는 1946년 개업 이래 대대로 운영되는 ‘후지오’(富士男)가 있다. 개화기 세련된 남녀가 찾을 듯한 내부 분위기에 놀란다. 주인 할아버지·할머니를 주축으로 서빙과 조리가 이뤄진다. 주특기는 샌드위치다. 머스타드를 바른 폭신한 빵에 부드러운 계란을 올린 계란샌드위치, 오이와 햄을 얇게 저며 마요네즈를 곁들인 햄샌드위치, 생크림과 제철과일을 버무린 과일샌드위치(후르츠산도)는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섬세한 맛을 자랑한다. 저녁에는 간코도리 주변에서 ‘생맥주’를 즐겨보자. 친절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시끌벅적한 일본의 선술집 분위기 느끼고 싶다면 56년 전통의 한입만두 명가 ‘호운테이’가 적격이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한입에 쏙 들어가는 교자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육즙이 흐르는 야끼교자, 이국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과 어우러진 스프교자, 반숙 계란부침에 부추랑 돼지고기 들어간 치브스 등이 인기다. 주문 즉시 눈앞에서 조리되고, 메뉴 당 400~500엔대로 부담 없다. happy1@sportsworldi.com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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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가족 여행에 ‘딱’… “떠나요~ 제주로”
[서귀포·제주=정희원 기자] ‘새해 일출여행 명소’로 부상한 제주도의 새해 첫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제주를 찾은 이들은 한라산·성산일출봉에서 새해 안녕을 기원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요트를 타고 떡국을 나눠먹으며 주황빛으로 물들어오는 기해년 첫날을 맞았다.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열린 ‘펭귄수영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차디찬 바다에서 겨울수영을 즐기며 씩씩하게 한해를 반겼다. 꼭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겨울 제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웅장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육지보다 한층 포근한 날씨, 외국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는 여행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제주도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홀딱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부모님이 제주도를 찾는 분위기다. 가족들이 함께하기 좋은 여행지를 살펴봤다. ◆시간가는 줄 모르네! 어른아이 모두 즐거운 ‘퍼시픽랜드’ 입장 후 반나절이 지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곳이 바로 ‘퍼시픽랜드’다.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해 한 자리에서 먹고, 보고, 해양레저를 즐기는 ‘멀티플레이스’다. 색달해변을 끼고 있어 특유의 ‘제주스러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퍼시픽랜드를 관람하며 해변가를 산책하는 관광객도 적잖다. 이곳 마린시티에서는 원숭이·바다사자가 재롱을 부리는 모습과 돌고래 군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돌고래와 직접 악수하며 교감할 수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거워한다. 퍼시픽월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1000만 관객이 동물들과 교감하며 감동을 나눴다”고 소개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기분을 내고 싶다면 퍼시픽랜드 샹그릴라 요트투어 상품을 이용해보자. 길이 12.5, 너비 6.9, 여객 정원 12명 규모의 ‘퍼시픽랜드 샹그릴라호’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너른 중문해안에서 만나는 주상절리의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트에는 다양한 주전부리와 와인 등 주류가 준비돼 있다. ‘사진 포인트’마다 요트가 멈춰서서 제주도 해변을 만끽하고, 뱃머리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인기다. 또 낚시 체험을 운영하는데, 의외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많다. 잡힌 물고기는 어종·크기에 따라 바로 회를 떠 줘 그 자리에서 싱싱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방학을 맞은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 대부분이다. 요트에 오르기 전 샹그릴라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데, 투어가 끝나면 카운터에서 촬영한 사진을 구입할 수 있다. 좀더 짜릿한 경험을 원한다면 ‘비바제트보트’를 추천한다. 비바제트보트는 ‘바다 위를 달리는 스텔스 전투기’로 불린다. 바다 위에서 15분동안 맹속질주·질주 중 90도 꺾기·360도 꺾기 회전·좌우로 흔들며 질주·수면위 10㎝에서 질주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 롤러코스터보다 재밌다. 무엇보다 감속기 장착·충격 흡수용 탄성의자·1인용 버켓방식 의자 등을 도입해 안전하다. 프로그램 체험 후에는 퍼시픽랜드 엘마리노 뷔페에서 풍성한 한끼 식사를 즐기면 ‘완벽한 관광코스’의 마무리로 손색없다. 버터전복구이·각종 회·랍스터 등 해산물 같은 화려한 메뉴 일색에 벨트를 풀어야 할 정도다. ◆동백꽃 만연, 겨울에도 ‘컬러풀’ 겨울은 칙칙한 계절로 여겨진다. 하늘도, 땅도, 심지어 행인들의 옷도 무채색 일색이다. 하지만 육지보다 따뜻한 제주도는 보다 컬러풀한 외관을 자랑한다. 1월은 동백이 절정을 이룬다. 제주도에선 나뭇가지마다 빨간 꽃망울이 풍성한 ‘동백군락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라면 서귀포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이 적격이다. 약 6만6000㎡ 규모의 공원에 동백꽃이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다. 흑돼지·토끼·송아지·염소 등 아기 동물에게 먹이주기, 조랑말 승마, 감귤따기 등 다채로운 ‘현장학습’에도 만점이다. 감성적인 동백 포토존을 찾는다면 서귀포 위미리의 ‘위미동백나무군락지’로 향해보자. 성인의 키를 훌쩍 넘어선 동백나무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젊은 여성·모녀·커플들이 즐겨찾으면서 인스타그램에 자주 거론되는 제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17세 되던 해 이 마을로 시집온 현맹춘(1858∼1993) 할머니가 가꿔온 위미 동백나무군락은 제주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돼 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황무지에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아름다운 동백군락지로 변모했다. ◆아이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베릿네오름’ 연초에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한번쯤 ‘산에 올라야 하나’ 고민하기 마련이다. 머리를 식히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의지를 다지겠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가진 부부들에게 이는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기에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귀포 중문에는 유치원생도 얼마든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나지막한 ‘베릿네 오름’이 있다. 야트막한 오름이라 서로 새해계획을 묻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대화하며 산책하기 좋다. 잘 정비된 나무데크를 따라 천제연폭포 뒤쪽 광명사를 둘러 20분간 오르면 서귀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다. happy1@sportsworldi.com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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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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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품은 서귀포…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만나다
[서귀포=정희원 기자]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가공된 제주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만나고 싶다면 서귀포로 떠나보자. 처음 제주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부터, ‘감성여행’에 지친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360도 뻥 뚫린 시야, 석양이 멋진 ‘군산오름’ 초겨울 제주는 아름답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야자수가 ‘제주도에 왔구나’를 실감케 한다. 오후 느지막이 공항에 도착했다면 해질 무렵의 제주를 만나러 ‘군산오름’에 올라보자. 산행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도달한다. 군산오름은 모양이 마치 군막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동차로 정상 인근까지 올라갈 수 있고, 내려서도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 어렵지 않다. 5분 정도 폭신한 길과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돼 노부부도 무리 없이 데이트할 수 있다. 군산오름 정상에서는 360도 탁 트인 전망에 입이 벌어진다. 구름 낀 한라산 전체가 정통으로 보인다.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은 서귀포시, 서쪽은 남제주군에 속해 시군경계를 이루고 있다. 반대편으로는 바다 지평선이 넓게 펼쳐져 있어 장관이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하늘이 짙푸른색, 보라색, 주황빛으로 물들어 아름답다. ◆대평리에서 느끼는 ‘감성제주’ 자연과 어우러진 감성적인 서귀포의 면모를 느끼고 싶다면 대평리 마을을 찾아가보자. 하루종일 걷고, 쉬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오래전에는 용왕의 아들이 이 땅에 살았다고 해서 ‘용왕난드르마을’이라고도 불렸다. 이를 활용한 전통축제도 이어지는 중이다. 대평리는 돌담에 폭 싸인 나지막한 집과 마늘밭이 대부분이었다. 대평리는 도둑, 거지, 대문이 없는 3무(無) 마을로도 불렸다. 다만 마늘밭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게스트하우스·펜션·카페가 채우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정신없는 풍경이 아니다. 각자 널찍한 공간을 활용하며 ‘프라이빗 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평리는 제주에서 이주정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대평리에 터를 잡은 외지인 중 1세대에 속하는 이는 장선우 감독이다. 그는 마을의 옛집을 개조해 ‘물고기 카페’를 열었다. 카페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초록빛 마늘밭이 청량한 풍경을 만든다. 카페 루시아의 시그니처 ‘루시아라떼’도 추천한다. 헤이즐넛크림이 들어있어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대평리는 서귀포 중문 서쪽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를 일주하는 1132번 도로에서 안덕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안덕계곡도 탐방할 수 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절벽, 평평한 암벽바닥, 바닥에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계곡 기슭에는 상록수림대가 형성돼 있다. 이곳은 추사 김정희, 정온 등 유배온 학자들이 후학을 가르치고 절경을 즐긴 제주 10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다음으로는 대평리 포구로 향해보자. 대평리 포구는 제주 올레 8코스와 9코스가 만나는 기점이자 올레길 8코스의 종점이다. 해안을 따라 포구로 가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닷가에서는 웨딩촬영에 나서는 행복한 커플들도 눈에 띈다. 포구에 이르면 너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오른편엔 해안절벽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박수기정’이다. 박수는 샘물, 기정은 절벽이란 뜻이다. 즉, ‘샘물이 솟는 절벽’이란 의미다. 130m에 이르는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향하는 폭포가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박수기정 뒤로 산방산, 송악산, 형제섬과 사계해안도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자 바다 위로 주황색·금색 빛이 부스러지듯 떨어진다. 커피 한잔 하며 일몰의 운치를 느껴보자. ◆서귀포의 숨골, ‘화순곶자왈’ 탐방 ‘난개발’로 인해 진짜 제주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는 제주도민이 적잖다. 서귀포에서는 아직까지 살아 숨쉬는, 정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느낄 수 있는 ‘화순곶자왈’이 있다. 곶자왈은 숲이라는 뜻의 ‘곶’과 나무와 덩굴이 엉켜있는 곳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의 생태 지역을 말한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화순곶자왈은 편안하게 걸을만한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바위들과 쪼개진 틈 사이로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곶자왈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들의 치열한 생존공간이기도 하다. 얼기설기 올라온 나무뿌리, 바위 위를 타고 초록빛을 뽐내는 식물들이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약 1.5㎞ 정돈된 숲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한라산과 산방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가끔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백이 흐드러지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겨울제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동백’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는 흐드러진 동백꽃길을 걸을 수 있다. 내달 31일까지 동백축제도 열린다. 공원내 올레길, 정원, 산책로 등 곳곳에서 동백꽃을 풍성하게 만나볼 수 있고, 포토존이 다수 마련돼 ‘인생샷’ 남기기에 충분하다. ◆변시지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기당미술관 서귀포 이중섭길이 유명하지만, ‘제주화’라는 화풍을 만든 변시지 선생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는 기당미술관도 들러볼 만하다. 변시지 선생은 서귀포 출신의 화가로, 황토빛 바탕에 먹색의 선을 수놓은 현대적인 수묵화를 선보였다. 바람, 조랑말, 소년 등 작품 속 등장하는 소재만 봐도 ‘제주’가 느껴진다. 그는 살아있는 동양화가로서는 최초로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2점의 동양화를 상설전시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변시지 선생의 작품은 기당 미술관에서 상시로 만날 수 있다.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기당미술관의 명예관장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나선형으로 설계돼 자연채광이 잘 들어오고, 잘 꾸며진 정원이 세련됐다. 미술관 앞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전망도 멋지다. happy1@sportsworldi.com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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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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