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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현대판 마녀사냥의 시대

입력 : 2025-02-19 15:55:57 수정 : 2025-02-19 15: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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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심심했는데 잘 됐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캡처돼 올라온 글이다. 한 누리꾼이 연예인의 사건 기사에 달린 댓글이라며 “무서운 세상”이라고 글을 올렸다. 상대의 잘못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며 악플이라는 온라인상의 무기로 괴롭히겠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심심하다”라니 문장을 읽는 순간 소름이 돋으며 공포감까지 몰려왔다.

 

 19일 김새론이 유족과 지인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25세의 젊은 배우는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슬픈 선택을 했다.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뒤 이른바 ‘사회적 매장’을 당했다.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촬영 중이던 넷플릭스 작품에선 출연신이 모조리 편집됐다. 지난해 4월 연극으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끝없는 비난에 결국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유튜버들의 악의적인 근황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고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루머까지 나돌면서 누리꾼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최근 젊은 연예인들의 비보가 심심치않게 들린다. 아이돌 그룹 멤버였던 종현이나 설리, 문빈에 배우 송재림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안겼다. 외신들은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압박이 심한 한국 연예산업에 닥친 비극이다. 한국 연예계의 정신건강 문제와 극심한 압박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의 원인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연예인에게 유독 엄격하게 적용되는 도덕적 잣대를 빼놓을 수 없다. 대중의 인기가 곧 생명력인 직업의 특성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비판과 비난의 정도가 일반인보다 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느낀 흐름은 씹고 또 씹으며 당사자의 정신을 파괴시켜버릴 정도로 잔혹하다는 점이다. 기존 언론은 물론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유튜버까지 합류하면서 숨고 싶은 당사자의 근황을 폭로하고 누리꾼들은 여기에 반응하며 읽기 무서울 정도의 비난 댓글을 단다. 사회 전체가 한 사람을 공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당사자의 정신건강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어느샌가 대한민국은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을 연상케하는 커뮤니티의 사회가 된 것 같다. 기독교를 해치고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낙인찍힌 마녀(?)는 교회가 이단죄로 판결해 끔찍한 화형에 처했다. 14세기부터 불어닥친 이런 야만적인 풍습으로 17세기까지 대략 20만∼50만명의 사람들이 처형대에 올랐다고 한다. 흑사병과 함께 중세시대의 암울했던 역사를 보여주는 슬픈 인류사다. 마녀사냥을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은 우리 사회의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시쳇말로 ‘좌표를 찍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요즘 SNS 세상에서 연예인은 집단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존재다. 가십거리나 루머에 휘말리면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비난을 쏟아붓고, 한번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려워 당사자는 해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대목은 감정적 분노의 배출구로 희생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스트레스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대중의 분노가 익명의 이름으로 특정인에게 집중되면서 당사자를 인생의 마지막까지 몰아붙인다.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본질적으로 집단적 폭력과 비이성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과거와 달리 법적 보호 장치가 존재해도 피해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연예인의 경우 대부분 선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못을 하더라도 반성을 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라면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바라봐야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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