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데스크칼럼]우리도 '테일러 스위프트 법' 만들자, 투명한 티켓 리셀 거래로 암표 양성화 해야

입력 : 2024-12-31 16:12:42 수정 : 2024-12-31 16:23:17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피케팅’(피 터지게 치열한 티케팅)의 시대. 암표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암표와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이유, 성시경, 임영웅 등 가수들이 선봉에 섰고 정부와 국회는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 내용을 개정해 매크로(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한 대량 구매형 암표 판매 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관련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암표 신고 건수는 지난해 2161건에 달한다. 2020년 359건에 비해 많이 늘어난 수치다. 

 

암표 판매는 경범죄 위반이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ㆍ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경범죄처벌법의 경우 ‘입장시키는 해당 장소에서’라는 성립 요건이 있어 온라인을 통한 암표 거래는 처벌이 어렵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올해 초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입장권을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는 것을 불법 전매로 본다. 온라인, QR코드 등 전자티켓도 모두 해당 사항이다. 중국도 티켓 재판매, 데이터 조작 등을 불법으로 보고 엄격히 단속한다. 대만은 액면가 또는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한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메이저리그/NBA 등의 북미 스포츠의 경우는 티켓 재판매 플랫폼을 허용해주고, 웃돈를 받는 것도 전혀 뭐라 하지 않는다. 즉 암표장사가 합법적이다. 단, 매크로를 돌려 티켓을 구매하고 이를 재판매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한다. 캐나다는 2차 판매에 대해 입장가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놨다. 프랑스는 티켓을 판매하거나 양도가 용이한 수단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암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암표는 시공간의 한계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생겨난다. 이 근본적인 괴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규제를 적용해도 풍선효과처럼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 암표의 속성이다. 

매춘만큼 오래된 것이 암표다. 영화 ‘글래이디에이터’에 등장하는 검투사들의 경기장 콜로세움에서 활약하던 암표상들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 런던 웨스트앤드, 뉴욕 브로드웨이를 거쳐 한국 K팝 콘서트장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스포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메이저리그, 슈퍼볼 경기장과 영국 EPL에서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올림픽까지 암표는 늘 존재했다.


암표의 문제는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제3자가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거기에 탈세, 폭리, 사기 같은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최악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다가 결국 팔지 못한 암표는 공연장에 빈 자리를 만드는 케이스다. 공급자와 소비자, 암표상까지 모두 다 손해 보는 장사다. 

 

천 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암표상의 존재를 하루아침에 뿌리 뽑을 수 없다면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시도해 보는것도 방법이다. 

한자어 뜻 그대로 어두운 곳에서 거래되던 암표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면 될 일이다. 디지털 기술은 매크로를 돌리는 불법 암표상들이 전유물이 아니다. 암표의 양성화도 IT 기술을 통해 이룰 수 있다. 

 

리셀러와 구입자가 이용 하기 편리한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티켓 리셀 거래 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려면 다년간의 운영 노하우도 필요하다. 리셀에 수반되는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온 것은 중고 거래 온라인 장터 운영사다. 이들은 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가짜 티켓이나, 허위 매물 등 사기를 막을 수 있는 자체 검수 시스템을 강화해 왔다. 온라인 플랫폼과 행사 주최 측이 계약을 맺고 제조사 인증 중고차처럼 공급자의 직접 관리가 가능한 티켓 리셀 시장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   

 

리셀 가능한 티켓 거래 수량을 가입자 아이디 당 2장 이내로 제한하고 티켓의 원래 가격을 초과하는 수익금은 셀러, 주최측, 플랫폼이 공정한 비율을 정해서 나눠 가지면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리셀 가격이 원래 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익금은 공연 취약계층 지원이나 대중예술 활성화 기금 등으로 적립해 공공의 이익을 모색하는 방법도 있다. 

 

문체부, 공정위 등 정부 기관들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해 인식의 전환을 시도할 때다. 규제와 단속 강화는 암표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인류의 역사가 증명했다. 암표를 양성화를 위해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때다. 

 

암표 거래를 제한하는 일명 '테일러 스위프트 법'을 참고해도 좋겠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새해 첫날부터 시행 예정인 이 법의 내용은 재판매자는 모든 공연에 대해 기본 가격에 추가되는 모든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티켓은 1장만 팔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미국 민주당 켈리 몰러 주 하원의원은 암표 가격이 3만 5000 달러(약 5000만 원)까지 치솟는 과열 분위기의 피해자였다.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되 조직적, 대규모 부당 이익 편취를 방지하고 절차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전경우 문화사업부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