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소원을 들어준 것일까. 전희철 SK 감독이 산타가 된 것일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팬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프로농구 SK는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삼성과의 ‘S-더비’에서 63-60으로 승리했다. SK는 15승 5패를 마크하며 1위를 질주했다.
최근 3년간 크리스마스 S-더비의 주인공은 SK였다. 2021년부터 SK의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이 “감독을 맡고 크리스마스날 진 기억은 없네요”라고 자신 있게 말한 배경이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SK는 강했다. 2022년 10월29일 패배 이후 12연승을 달렸다. 발목을 잡힌 건 최근이다. 지난 15일 S-더비서 779일 만에 패배했다.
복수를 다짐했다. 전 감독이 뽑은 문제점은 2가지다. 수비 적극성, 리바운드 참여도 하락이다. 경기 전 만난 전 감독은 “분명 전력 차가 나는데도 선수들이 경기를 재밌게 만든다. 가비지 경기가 되면 재미없으니까 4쿼터까지 재밌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하하. 제발 그런 노력하지 말고 편하게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전반에 집중했다. 그는 “삼성을 만나면 수비의 적극성과 리바운드 참여도가 떨어진다. 전반에 점수를 평균 7점 정도를 지고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시즌 SK는 앞서 삼성과 두 번 만나 10월27일, 12월15일 각각 9점, 5점을 뒤진 채 마쳤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SK는 1쿼터 19%(3/16)라는 처참한 야투율을 기록했다. 리바운드(11-13)에서도 밀리면서 8-12로 뒤졌다. 심기일전한 SK는 다행히 2쿼터에 24점을 몰아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그래도 후반엔 이기더라고요.” 전 감독이 앞서 경기력을 토로하면서도 선수단을 향한 신뢰를 드러내며 툭 뱉은 말이다. 또 전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1점 차(61-60)로 SK가 근소하게 앞선 경기 종료 21초 전, 김선형이 삼성의 수비를 가르며 레이업을 성공했다. 63-60 삼성의 공격 시간, SK는 남은 20초를 버텨내며 웃었다. 크리스마스 S-더비 4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만난 전 감독은 “힘드네요. 허허. 수비에서 잘해줘서 슛이 터지면 편하게 경기를 하겠다 싶었는데, 안 터지더라. 1쿼터 시작부터 삼성도 우리도 슛이 안 좋았다. 전체적인 슛 컨디션이 떨어졌다. 워니도 답답해하더라. 그래도 수비는 만족한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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