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의 공연장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구미시의 결정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승환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음악인들은 입을 모아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결정을 비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승환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공개 찬성한 이후 이승환은 구미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보수 우익단체의 요구를 받았다. 법무법인을 통해 ‘콘서트에 참석할 팬들께서는 인근에서 예정된 집회 시위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며 김 시장은 “자칫 시민과 관객의 안전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지역 민간 전문가와 대학교수 자문을 구했고 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다”며 “문화예술회관의 설립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승환은 23일 당초 공연이 예고되어 있던 구미문화예술회관의 대관 취소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면서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며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또한 이승환은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며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이승환은 SNS를 통해 “구미 공연 취소 기사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유치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이에 3월 말로 투어를 끝내려는 계획을 수정하여 7월까지 #HEAVEN 투어 이어가겠습니다. ( 고민 중이었습니다. 고민 해결 )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공연을 기다렸던 구미 관객에게도 “미안한 마음 다시 전해 드리며 인근의 공연장에서 꼭 뵐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티켓 예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다. 구미시의 일방적인 대관 취소에 이승환과 스태프뿐 아니라 연말 공연을 고대하고 있던 관객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부 관객은 공연 취소로 환불 받은 금액을 기부해 내역을 인증하는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23일 성명문을 내고 이승환을 지지했다. ‘노래를 막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문에는 “예술가의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승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음악가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는 목소리가 담겼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예술 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라며 구미시의 결정을 두고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 공정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장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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