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모습,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내야수 류지혁(삼성)은 다재다능하다. 기본적으로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으로, 팀 전술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뛰어난 리더십 또한 눈에 띈다.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다독이는 것은 물론이다. 쏟아지는 미담 속에서도 류지혁은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자세를 낮춘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융화가 잘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자유계약(FA)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과 4년간 최대 26억 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3억원에 4년 연봉 합계 17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6억원의 조건이다. 류지혁만큼이나 동료들은 두 팔 벌려 기뻐했다. 류지혁은 “(강)민호 형이랑 (구)자욱이 형 등과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있었다. 다른 팀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니 ‘너는 왜 빨리 안하느냐’고 하더라. ‘어디 갈 생각하지 말고 빨리 가서 사인하라’고 재촉하더라”고 귀띔했다.
FA라는 두 글자가 무겁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시즌 내내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사람이기에 완전히 외면할 순 없었다. 올 시즌을 돌아보며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즌”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다. 류지혁은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하루하루가 힘겨웠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는 게 아닌, 하루하루 시험 보는 기분이 들더라. 성적에 관계없이 FA 신청을 빨리 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큰 산 하나를 넘은 만큼 한결 홀가분한 기분으로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듯하다. 운동은 이미 시작했다. 류지혁은 “내 몸에 맞춰서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트레이너 통해서 스케줄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감도 커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됐다. 류지혁은 “팀에서 가치를 인정해주셨으니 이제는 보여드려야 한다.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것 하나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더 좋아질 거란 믿음이다. 올해 삼성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마지막까지 야구하는 팀이 됐다. 다만, 왕좌까지 한 끗이 부족했다. 류지혁은 “뭐든 기승전결이 있어야 좀 더 드라마틱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지 삼성 선수단 모두가 느꼈을 것”이라면서 “돌이켜보면 스스로 위축됐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야구에 집중하면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다. 이건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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