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
프로야구 한 해 결실을 맺는 자리,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함이 가득했다.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이 그랬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점은 생애 첫 타이틀홀더를 거머쥔 선수들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그들이 팬들의 함성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토종 다승왕이 2017년 KIA 양현종(20승6패) 이후 7년 만에 나왔다. 한 명도 아닌 둘이다. 주인공은 원태인(삼성), 곽빈(두산)으로 나란히 15승을 올렸다.
원태인은 올 시즌 28경기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159⅔이닝 65자책)의 활약으로 사자군단을 이끌었다. 군사기초훈련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그는 영상 인터뷰를 통해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삼성 팀 동료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30경기 15승9패 평균자책점 4.24(167⅔이닝 79자책)로 빼어난 시즌을 보낸 곽빈은 “4년 전 재활 과정을 이겨낼 수 있게 격려해 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뭉클한 진심을 전했다.
KIA의 통합우승 주역인 마무리 투수 정해영도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끝에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동안 53경기에 등판해 2승3패1홀드3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50⅔이닝 14자책)를 마크했다.
특히 이번 수상으로 KBO리그 최초의 2000년대생 구원왕이 배출됐다. 정해영은 “나의 가족인 KIA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데뷔 9년차에 신데렐라로 우뚝 선 이도 있다. 도루왕에 등극한 두산 외야수 조수행 얘기다. 전매특허인 빠른 발, 그럼에도 그간 대주자 역할에 국한됐다.
올 시즌에는 이승엽 두산 감독의 선택을 받아 잠실 외야를 한없이 누볐다.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328타수 87안타) 64도루로 육상야구 선봉장이었다. 생애 첫 시상식에 생애 첫 트로피까지, 조수행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만년 백업이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감독님께서 그 편견을 깨주셨다”며 미소 지었다.
SSG의 믿을맨 노경은이 홀드왕에 오르면서 최초의 40대 타이틀홀더의 영예를 누렸다. 1984년생인 그는 프로 생활 22년 만에 첫 타이틀을 수상했다. 불혹의 나이로 77경기서 8승5패38홀드 평균자책점 2.90(83⅔이닝 27자책) 마당쇠 활약을 펼쳤다.
시즌 종료 후 최대 3년 25억원 자유계약선수(FA) 잔류 계약을 맺었다. 겹경사에 마주한 노경은은 “후배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선배로서 ‘몸은 거짓말 안 한다’는 걸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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