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어깨 탈구에 장파열까지…아내를 떠올리며 김영건은 해냈다

입력 : 2024-09-08 18:36:01 수정 : 2024-09-08 18:36:0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아내 얼굴 떠올리며, 더 열심히 했죠.”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이라 느꼈다.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했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마지막 힘까지 모두 쏟아 부었다. 그 사이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한국 휠체어 탁구의 간판 김영건(광주광역시청)은 결국 활짝 웃었다. 12년 만에 패럴림픽 개인전서 금빛 스매시를 날렸다. 김영건은 “정말 간절했다. 금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그간의 아쉬움을 이번에 설욕했다”고 밝혔다.

 

김영건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8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4) 결승전서 세계랭킹 1위 완차이 차이웃(태국)을 상대로 게임스코어 3-2(6-11 11-9 11-7 9-11 11-5)로 꺾었다. 치열한 접전이었다.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5세트를 잡아내는 순간 크게 포효했다. “차이웃이 정면에 강한 선수라 코너를 많이 흔들었는데, 작전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개인 통산 5번째로 마주한 패럴림픽 금메달. 의미가 크다. 한국 선수 최다 패럴림픽 금메달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7개를 딴 탁구 이해곤이다. 김영건은 사격 김임연과 함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04 아테네 대회서 금메달 2개를 딴 것이 시작이다. 2008 베이징 대회선 빈손이었지만 2012년 런던 대회서 단식 금메달을 되찾았다. 2016 리우 대회 때는 단체전 금메달, 단식 은메달을 추가했다. 2020 도쿄(2021년 개최)에선 단식, 단체전 모두 은메달이었다.

 

한국 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번 대회 6번째 금메달이었다. 파리로 떠나기 전 한국은 금메달 5개, 종합순위 2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초과 달성이다. 한국이 금메달 6개 이상을 획득한 것은 2016 리우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탁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등 14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참가한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을 자랑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그간의 발자취를 떠올려보면 더욱 뜻깊다. 올해로 국가대표 24년차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탁구는 어렵다.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영건은 자칫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연이은 부상 때문이다. 지난 4월 어깨가 탈구됐다. 아픈 상황서 운동하다 장 파열까지 겪었다. 김영건은 “아파도 감각을 잃으면 안 되니깐 무리하게 되더라”면서 “대회 전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니깐 싹 싸라졌다”고 솔직히 말했다.

 

주변의 따뜻한 손길은 김영건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의무팀과 과학지원팀, 감독님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떠오르는 얼굴은 아내다. 모든 경기를 마친 김영건은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 그냥 빨리 보고 싶다”고 사랑꾼다운 면모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아내가 경기를 봤을 것이다. 경기 전 통화했는데, ‘긴장하지 말라고’ ‘지금도 정말 자랑스럽다’고 ‘져도 멋있으니 최선만 다하라고’ 하더라. 더 멋진 남편이 되고 싶어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