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뚫고, 연승해보겠습니다.”
한국 바둑을 상징하는 최고의 선수, 신진서가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4일 중국 지린성 옌지의 창바이산 퓨어랜드 온천리조트호텔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최강자로서 준비하는 이번 대회에 대한 남다른 결의를 다졌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이 대회는 국가대항전 중에서는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바둑 팬들의 관심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 ‘세계랭킹 1위’ 신진서는 언제나 날아올랐다. 2020년 5연승을 시작으로 2021년 4연승, 2022년 1승, 2023년 6연승을 묶어 장장 16연승을 내달렸다. 대회 최장 연승 신기록이다.
그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기록을 충분히 세운 것도 맞다. 더 바랄 게 없는 성적이지만, 어느 경기든 지고 싶은 선수는 없다”며 “더 욕심이 난다. 이번 대회까지는 적어도 연승이 끊기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만 한다면, 더 큰 영광들이 줄을 잇는다. 이번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의 한국 선수 최다 19승 경신을 눈앞에 뒀다. 3승만 더 추가하면 된다. 또 현재 승률 88.89%(16승2패)를 더 끌어올려 압도적인 숫자, 90%까지 바라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 판팅위가 가지고 있는 대회 역대 최다 21승까지 새로 쓸 수 있다.
그는 “20연승까지는 해보고 싶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내 한계를 뚫고 더 연승을 이어가 보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덧붙였다.
라이벌 중국이 신진서 견제에 여념이 없는 이유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한 중국 기자가 신진서를 향해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힘을 빼고 중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없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질 정도다.
미소를 띤 신진서는 “중국 선수들은 누구랑 둬도 내가 질 수 있는 상대다. 리쉬안하오가 힘든 상대라고 느끼고 있다. 자주 만나서 알아보고 싶은데, 최근 3판밖에 대국을 못했다. 마지막에 만날 확률이 높은데 재밌는 승부가 될 것”이라며 평정심을 잃지 않고 상대를 향한 존중의 답변을 건넸다.
이어 한국 취재진을 따로 만난 그는 “중국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최근 AI로 인해 집중연구를 당하는 게 까다롭긴 하다. 하지만 잘 대비해서 계속 전성기를 이어나가야 하는 게 제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최근 페이스는 좋다.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우승,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우승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농심신라면배가 끝나고는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최근 성적은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한 상태”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배경이다.
달려갈 일만 남았다. 그는 “농심신라면배는 가장 재밌는 대회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중요도도 그만큼 높다. 단체전이지만, 제 커리어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대회가 가진 의미를 되짚었다.
옌지=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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