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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10대들이 파리에 몰고 온 ‘금빛 돌풍’… 韓 체육의 미래가 빛난다

입력 : 2024-07-31 07:51:28 수정 : 2024-07-31 09: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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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대표팀의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무서운 10대들, 유쾌한 반격의 서막을 썼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차가웠던 예상을 뒤집고 연일 뜨거운 메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깜짝 스타’들이 우르르 쏟아진 덕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제 겨우 10대에 불과한 소녀들이 서 있다. ‘MZ 세대’를 대표하는 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은 어엿한 대들보로 불려도 손색없는 맹활약을 빚어내며 태극전사표 ‘파리 돌풍’의 선봉에 자리했다.

 

◆무섭도록, 차갑게

 

파리올림픽 히트 종목으로 떠오른 한국 사격의 거침없는 약진. 무서운 10대 선수 2명이 쌍두마차를 자처했다. 공기권총 여자 10m의 오예진(19), 공기소총 여자 10m의 반효진(17)이 그 주인공이다.

 

시작은 오예진이 끊었다. 28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권총 여자 10m 결선에서 ‘대표팀 선배’ 김예지와 메달 색을 두고 다툰 끝에 값진 올림픽 신기록 243.2점으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한국의 대회 2호 금메달이자, 한국 사격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의 진종오(50m 권총) 이후 8년 만에 쏘아올린 ‘금빛 총성’이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제주 소녀’ 오예진은 지난해 고등부 권총 9개 대회 싹쓸이, 2023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사격 월드컵 금메달로 두각을 나타냈다.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 1위, 파리올림픽 대표 선발전 1위 성적표가 이어지며 키운 기대감 그대로 파리로 옮겨와 사고를 쳤다. 세계랭킹 35위에 불과했지만,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낸 차가운 격발 퍼레이드로 미소 지었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팀의 오예진이 28일 10m 공기권총 여자 결선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누구보다, 푸르르게

 

짜릿한 총성, 이번엔 ‘고교생 소총수’ 반효진이 이었다. 대구체고 2학년인 그는 이번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막내다. 하지만 실력은 수십년 된 베테랑 못지않았다. 28일 공기소총 여자 10m 예선에서 634.6점(654점 만점)으로 올림픽 레코드를 빚더니, 29일 이어진 결선에서 ‘중국 에이스’ 황위팅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쳤다. 한국 선수단이 맛본 4번째 금메달이었다.

 

최연소 타이틀이 줄지어 따라왔다. 경기일 기준 16세10개월18일의 나이였던 그는 1988 서울 대회서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빚었던 윤영숙(당시 17세21일)을 넘고 한국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새겼다. 남자 선수 최연소인 2020 도쿄 양궁 혼성 단체전의 김제덕(17세3개월12일)도 가볍게 넘어섰다.

 

말 그대로 ‘사격 천재’다. 대구 동원중 시절인 2021년 사격 선수였던 친구 전보빈(대구체고)의 권유로 총을 잡았던 그는 단 3년 만에 국내를 넘어 세계를 제패했다. “사격을 시작하고 3년밖에 안 돼서 최대한 겸손하게 ‘하나라도 더 배우자’라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배우는 자세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포스트 진종오 시대를 열겠다는 굳은 다짐을 전했다.

 

◆막내지만, 차분하게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막내 남수현이 29일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통의 메달 텃밭, 양궁도 빠질 수 없다. 여자 대표팀의 남수현(19)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임시현, 전훈영과 함께 29일 열린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바랐던 금메달에 도착했다. 양궁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부터 2024 파리까지 단 한 번도 왕좌를 내려놓지 않는 전무후무할 10연패 업적의 완성이었다.

 

‘막내’ 남수현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0연패 도전의 찬란함 뒤에 가려진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10대 소녀가 이겨냈기 때문. 올해 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는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했지만, 바늘구멍으로 불린 국내 양궁 대표 선발전을 돌파한 실력으로 모든 물음표를 지웠다.

 

당장 2020 도쿄(2021년 개최) 당시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했던 그는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항상 ‘파리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렇게 빨리 설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는 벅찬 소감과 함께 “정말 간절히 준비했기에 생각보다는 (무대가)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다. 막상 이렇게 실제 경기를 하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는 강철 멘탈까지 자랑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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