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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떠받친 헌신의 아이콘, 뜨거운 눈물과 작별… ‘굿바이 켈리’

입력 : 2024-07-21 11:38:09 수정 : 2024-07-21 14: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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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고별식을 가진 케이시 켈리가 동료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굿바이 켈리.‘

 

프로야구 LG의 ‘외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KBO리그를 떠난다. 구단은 20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라는 새로운 우완 투수의 영입을 알렸고, 21일 켈리를 웨이버 공시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힘들지만 단호한 결단을 내린 LG였다.

 

◆‘잠실 예수’

 

LG 케이시 켈리가 2023시즌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켈리는 2008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0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하지만 부상과 수술이 발목을 잡으면서 저니맨 신세로 아쉬운 커리어를 보냈다. ‘코리안 드림’을 품은 배경이다. 그렇게 2019년 LG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함께 ‘잠실 예수’ 애칭을 받아든 그는 LG 최장수 외인으로 통산 163경기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989⅓이닝 357자책점)의 성적표를 남겼다.  더스틴 니퍼트(102승), 다니엘 리오스(90승), 헨리 소사(77승)에 이어 앤디 벤 헤켄과 함께 역대 외인 다승 공동 4위다.

 

프랜차이즈 최다승 외인 타이틀도 당연했다. 소사가 LG에서 거둔 40승을 가뿐하게 넘어선다. 국내 선수들을 포함해도 빛이 난다.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은 구단 다승 4위로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22시즌에는 16승4패, 평균자책점 2.54(166⅓이닝 47자책점)의 커리어하이 기록으로 시즌 다승왕도 거머쥐었다. 2001년 신윤호 이후 21년 만에 LG가 배출한 다승왕이었다.

 

◆헌신

2023시즌 LG의 통합우승을 이끈 케이시 켈리(오른쪽)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후 구단 깃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뛰어난 워크에식에도 모두가 엄지를 들었다. 언제나 ‘팀 퍼스트’를 외쳤던 켈리다. 2021년 9월 아들 출산으로 출산 휴가를 받았지만, 순위경쟁이 한창이던 팀을 위해 한국에 남아 공을 던졌다.

 

LG의 가을에도 항상 켈리가 있었다. 통산 포스트시즌(PS)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08을 찍었다. 경기 간격이 짧아지는 PS 특성에도 아랑곳 않고 코칭스태프의 등판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합류 이래 5년 연속 LG의 가을행을 견인한 켈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KS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유일한 선수로 남았다. 

 

29년간 LG가 묵혀온 우승 갈증이 풀린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과 5차전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1.59를 남기며 LG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장식했다.

 

◆읍참마속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고별식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염경엽 감독(오른쪽)과 케이시 켈리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고별식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6번째 동행을 시작한 올해, 에이징 커브에 시달리며 순탄치 않은 항해를 펼쳤다. 끊임없이 교체설 속에서도 힘을 냈다. 지난달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완봉승을 빚어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마지막 불꽃이었다. 후반기에도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고, 결국 갈 길 바쁜 LG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켈리와의 작별을 택했다.

 

구단의 배려와 선수 의지가 어우러지면서 ‘LG 켈리’의 고별 무대가 20일 잠실야구장 두산전에 마련됐다. 하지만 하늘이 화려한 작별을 시샘했다. LG가 6-0으로 앞서던 3회초 폭우가 쏟아지면서 1시간40여 분의 우천 중단 끝에 노게임이 선언된 것. 2⅔이닝 호투를 펼치던 켈리는 그렇게 깊은 아쉬움을 안고 안녕을 고했다.

 

고별전 승리는 빗물과 함께 씻겨나갔지만, 누구보다 성대한 고별식을 가졌다. 그라운드 한복판에는 켈리의 백넘버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본딴 대형 현수막이 자리했다. 주장 김현수를 포함해 오래 한솥밥을 먹은 오지환, 임찬규 등은 물론 선수, 코칭스태프 너나 할 것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나눴다. 켈리도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팬들에게 큰절까지 올린 KBO리그 대표 ‘효자 외인’이었다.

 

켈리의 KBO 재취업 가능성은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웨이버 공시 후 일주일 내에 켈리를 원하는 팀이 있으면 계약이 가능하다. 켈리는 미국 복귀, 대만 진출 등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며 현역 연장 의사를 내비쳤다.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고별식에서 팬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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