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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단편영화 ‘밤낚시’처럼…계속 실험과 도전 필요하다

입력 : 2024-06-24 08:00:00 수정 : 2024-06-24 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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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업극장에서 단독으로 유료 상영되는 단편영화가 등장했다. 문병곤 감독, 손석구 주연 12분59초짜리 영화 ‘밤낚시’다.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자동차 전후좌우안쪽 카메라 시점만으로 장면이 연출된다. CGV 15개 스크린에서 6월14~16일과 6월21~23일, 6일 동안만 상영되며, 입장료는 1000원으로 책정됐다. CGV 측은 가성비뿐 아니라 시(時)성비까지 생각하는 ‘숏폼 대세’ 시대의 대중 성향을 고려해 이 같은 상영 실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일단 영화의 흥행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14~16일 기간 동안 1만8585명 관객을 모으고, 21, 22일 이틀 분까지 합하면 2만5622명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런 호응도 ‘최초’자가 들어간 콘텐트에 대한 호기심 차원이 크리라 여겨지기에 두 번째 실험부턴 관심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또 1000원이란 가격대를 설정한 탓으로 관객 수에 비해 수익이 상당히 적단 점도 짚을 만하다. 2만5622명이 봤는데도 총 흥행수익은 3000만 원에 못 미친다. 그 자체로 어떤 상업적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나아가 이런 종류 실험은 사실 세계영화산업이 택하고 있는 방향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당장 지난해 북미 연간 박스오피스 10위권 영화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고 흥행작 10편의 평균 상영시간은 2시간15분이었다. 개중엔 3시간짜리 ‘오펜하이머’, 2시간49분짜리 ‘존 윅 4’ 등 장대한 서사의 영화들도 끼어있다. 그리고 이는 딱 40년 전인 1983년의 최고 흥행작 10편 평균 상영시간 1시간53분에서 22분이나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그렇게 극장용 상업영화는 오히려 점점 상영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각종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뉴미디어 콘텐츠를 보며 살아가는 현 세대, 특히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콘텐츠를 대량 소비하는 현대 대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간 극장’에선 오히려 보다 긴 서사의 영화를 원하더란 얘기다. 일상에서 소비하는 숏폼 콘텐츠와 비일상 공간인 극장서 즐기는 콘텐츠 성격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봐야한다. 물론 향후 숏폼 콘텐츠 만연으로 긴 서사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세대가 등장한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어찌됐든 현 단계에서 극장은 오히려 긴 콘텐츠가 유리한 국면이다.

 

 

물론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사실 극장 관람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화된 행위로서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극장을 찾아가 좌석에 앉고 불 꺼진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같은 콘텐트를 감상한단 경험 차원만으로 나름 이벤트 여가로서 가치를 지닌단 얘기다. 입장료 1000원은 무리더라도 소비자들과 합의가 이뤄지는 지점을 찾아 시도해보면 의외로 단편영화도 시장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단 발상도 나올 수 있다. 영화 자체보다도 극장 관람이란 공간 경험을 적은 돈으로 30분 정도 즐긴단 차원에서 말이다.

 

액면 그대론 그럴싸하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밤낚시’를 놓고 쏟아진 여러 언론미디어 기사들 중엔 ‘팝콘 다 먹기 전에 ‘끝’...이젠 영화도 ‘숏폼’으로’ ‘‘팝콘 먹을 시간도 없어요’ 현대차 아이오닉5 활용한 13분 영화 ‘밤낚시’ 14일 개봉’ 등 유독 팝콘 다 먹기도 전에 끝나는 영화가 개봉한단 점을 제목으로 내세운 것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이 단편영화 극장 상영에 있어 가장 큰 현실적 걸림돌 중 하나다.

 

극장 운영에 있어 팝콘이나 음료수 등을 파는 매점 수익은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액면 수입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기준으로, 입장권 수익 65~70%, 매점 수익 17%, 상영 전 광고를 포함한 각종 광고수익 10% 정도였지만, 입장권 수익은 세금 제한 나머지를 배급사 측과 절반씩 나눠야하는 반면 매점 수익은 원가를 제하고 나면 온전히 극장 측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 “극장은 영화가 아니라 팝콘으로 운영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던 게 아니다. 이러니 ‘팝콘 먹을 새도 없는’ 단편영화는 극장 측 입장에서 오히려 악재에 가깝다. 광고 수익 역시 20분짜리 영화에 상영 전 10분 이상 광고를 붙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으로 느껴져 소비자 불만도 한층 커진다. 난제다. 결국 지금의 상업영화 극장 시스템은 상영시간 1시간30분~3시간30분짜리 장편영화가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로 체계가 잡혀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그러다보니 ‘숏폼 대세’ 속 미래 관객층을 설득할 포맷은 단편영화가 아니라 호흡 짧은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란 입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옴니버스 영화의 역사 자체는 길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63년 작 ‘사랑의 변주곡’ 등부터 1990년대 ‘펄프 픽션’이나 ‘중경삼림’ 등까지 국내 중장년 영화팬들에도 친숙한 영화들이 많다. 완전히 분절된 매 에피소드를 서로 다른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형식도 ‘뉴욕 스토리’ ‘환상특급’ 등 낯설지 않다.

 

그런데 한국선 이들 옴니버스 영화 흥행이 상당히 미진한 편이다. 지난 20년 간 글로벌 인기를 모은 대표적 옴니버스 영화 두 편, ‘씬 시티’와 ‘뉴욕의 연인들’조차 유독 한국서만큼은 이렇다 할 극장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에피소드마다 완전히 분절된 형식도 마찬가지. 호러영화 ‘V/H/S: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나 한국․홍콩․태국 합작 ‘쓰리’와 그 속편 ‘쓰리, 몬스터’ 등 계속해서 극장가에서만큼은 무시당해온 역사다. 한국 관객층 구미엔 이런 짧은 에피소드들 모음이 최소 극장용으론 적절하다 여겨지지 않아왔단 방증이다.

 

이처럼 모든 조건과 환경이 다 한계가 뚜렷하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실험들이 다 의미 없단 얘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밤낚시’ 같은 실험들은 향후 점차 늘어나야만 한다. 어찌됐든 대중이 점차 숏폼 콘텐츠에 젖어가고 있는 현실은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짧은 서사에 대한 대중의 선호는 이미 문학 분야에서부터 2010년대 초중반 시작됐었다. 당시엔 ‘꾸뻬씨의 행복여행’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이 거론됐었다. 그 흐름이 초단편소설이라 새롭게 이름 붙여진 엽편소설에의 관심으로 거듭났었다. 짧은 서사 선호는 영상 분야만의 문제도 아니고, 또 생각 외로 긴 흐름이 존재하는 현상이란 것이다.

 

그만큼 흐름이 되돌아갈 리 없고 오직 영역을 확대시켜갈 뿐이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 지금은 그나마 극장용 장편영화에 친숙한 이들이 좌석을 채워주지만 불과 10년 뒤만 해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그러니 어떤 방향이든 계속 실험하고 도전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밤낚시’처럼 도전과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쪽에 미래 성패가 달린 것일 수도 있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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