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다.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시즌을 어깨 수술로 조기 마감하게 된 이정후. 한 달 반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내비쳤다. 현지에서도 그의 시즌 아웃을 ‘실패’라고 평가 내리지 않았다. 어깨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이정후의 MLB 첫 시즌 마지막 기억이 됐지만 다음 시즌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약해야만 했다.
◆아쉬운 ‘조기 시즌 아웃’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1546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역대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 금액을 경신하고 화려하게 태평양을 건넜다.
빅리그에 입성한 그는 지난 3월 중순 MLB 정규시즌 개막 후 4월까지 28경기에서 타율 0.259(108타수 28안타) 2홈런 7타점 13득점 10볼넷 2도루 OPS 0.665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잭슨 메릴과 함께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신인 타자 중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하지만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회 초 수비 중 타구를 잡기 위해 점프했다가 왼 어깨 부분을 펜스에 강하게 부딪혀 탈구 부상을 입었다. 이정후에겐 민감한 부위다. 그는 2018년 KBO리그 키움에서 뛰던 당시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수비 중 포구를 하다 왼 어깨를 다쳤다. 그해 11월 수술대(왼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손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4일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이름을 올렸던 이정후는 19일 60일짜리 IL로 이동했다. 60일짜리 IL에 등재되면 40인 로스터에서 빠지게 된다. 정밀 진단을 위해 LA로 이동, 업계 최고의 전문가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검진을 받았는데 최종 결론은 ‘수술’이었다. 빅리그 첫 시즌을 부상으로 마무리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올 시즌 마음으로 간직”
이정후는 왼쪽 어깨 수술이 결정된 후 현지 인터뷰를 통해 “루키 시즌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올해는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며 “올 시즌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다음 시즌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난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앞으로 2~3주 내 수술을 받은 뒤 6개월 동안 재활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어깨에 완전한 힘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활 대신 수술을 결정한 것도 내년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다.
현지 언론 및 샌프란시스코 내부에선 이정후가 시즌을 조기 마감해도 섣불리 ‘실패’라고 평가 내리지 않았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수술은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그게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이정후는 MLB에서 첫 6주 동안 센세이션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팀 동료들은 그가 모든 공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코치들은 상대 투수들의 공격 방법을 배우며 공 맞히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이정후를 봤다”고 평했다.
또 다른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이정후는 타석에서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외야에서 공격적인 수비 스타일로 KBO에서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펜스와 충돌하며 멋진 캐치를 하기도 했다. 코치들은 이정후가 모든 상황, 투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타석에 임한다며 그의 준비성을 칭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형연 기자 jh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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