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야구선수 오재원에게 후배 선수들이 대리 처방받을 수면제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두산은 이달 초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소속 선수 8명이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처방을 받아준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KBO 클린 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로 2군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변호사 선임을 마친 상태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들 모두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원이 그간 약물을 상습적으로 복용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시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연실)는 17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오재원을 구속기소했다. 경찰조사가 시작된 만큼 KBO와 두산 모두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 수사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징계 수위도 결정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해당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11차례 필로폰을 투약했다. 지난해 4월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신고하려는 지인의 휴대전화를 망치고 부수고 멱살을 잡기도 했다.
한 매체보도에 따르면 오재원은 2021년 초부터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폭언, 폭력까지 행사했다. 모바일 메신저로 대리 처방을 강요하면서 “(수면제를 받아오지 않으면) 칼로 찌르겠다” “팔을 지지겠다”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강이와 뺨 등을 맞았다고 증언한 이도 있다. 일부 선수들은 여러 차례 대리 처방을 해줬으며, 부산, 광주 등 원정길에 가서까지 대리 처방을 받아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은 두산의 원클럽맨이다. 야탑고-경희대를 졸업하고 2003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전체 72순위)로 입단했다. 2007년 처음 1군을 밟아 2022년까지 16년간 하나의 유니폼만을 입었다. KBO리그 통산 1571경기에 나서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28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12 등을 기록했다. 2015~2016년, 2019년 총 세 차례 한국시리즈(KS) 우승을 맛봤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AG), 2015 프리미어12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도 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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