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었던 ‘용두사미’ 엔딩이 기어코 찾아왔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는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2023~2024 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2차전에서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지난 1차전에 이은 2연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길었던 시즌에도 아쉬운 마침표가 찍혔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가는 치열한 순위싸움 끝에 승점 1점 차이로 1위를 뺏겼던 우리카드다. 봄 배구까지 계속된 여진을 결국 수습하지 못하고 쓸쓸한 퇴장을 알리게 됐다.
경기를 마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쓴웃음과 함께 “저부터 몸 관리를 못하지 않았나”라고 운을 뗐다. 신 감독은 지난 PO 1차전부터 찾아온 목감기로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팀을 이끌었다.
사령탑은 쉰 목소리로 “시즌을 돌아보면 4라운드에서 5연패 했던 게 가장 아쉽다. 그게 1위를 놓친 결정적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며 “항상 매 시즌 선수들이 업다운이 있다. 그걸 감독으로서 컨트롤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전했다.
그래도 함께 잘 싸워준 제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신 감독은 “시즌 전부터 제 입으로도 우리 팀을 하위권이라 말했다. 확실한 자리가 없어서 감독으로서 항상 불안했다”면서도 “하지만 공은 둥근 거고, 배구는 사람이 하는 거라 어떤 변수가 생길 줄 모르니까 준비를 잘 해달라고 했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보완해야할 점들은 있다. 사령탑은 “아웃사이드 히터 쪽 공격 기술이나 배구 인지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한태준의 경우) 열심히 해줬고 실력도 늘긴 늘었지만, 우승까지 갈 수 있는 세터는 아직 아니다”며 다음 시즌 과제를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수들 정말 고생 많았다. 어차피 다 끝난 거다. 다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옅게 미소 지으며 시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안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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