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가장 높은 무대로 향한다.
‘한국 여자 태권도 간판’ 이다빈은 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67㎏ 초과급에서 개인 5번째 월드 그랑프리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중 올림픽 랭킹 16위까지만 초청되는 최고의 무대, 파이널을 제패한 것은 처음이다.
준결승에서 이 체급 올림픽 랭킹 1위 알테아 로린(프랑스)을 라운드 스코어 2-0으로 격파했다. 결승 상대 레베카 맥고완(영국)이 준결승에서 당한 손가락 골절상으로 기권하면서 우승 영광을 안았다.
이다빈은 대회 전 WT 올림픽 랭킹 5위(321.34점)였다. 체급별 상위 5명의 소속 국가에 주어지는 올림픽 자동출전권이 걸린 마지노선이었다. 다만 10위권까지 접전 양상이었기에, 이번 대회 호성적이 필요했다. 4강 이상 이면 자력으로 티켓을 얻을 수 있던 이다빈은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100점을 쌓아 3위권 도약이 확실해졌다.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다빈은 지난해 그랑프리에서의 선전은 물론, 11월 세계선수권 은메달까지 신고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올해 5월 바쿠 세계선수권서 16강에 그치는 등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절치부심 끝에 지난 파리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얻었고,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은메달 쾌거를 올렸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으로 자신감을 더욱 충전하게 됐다.
이다빈은 “너무 힘든 한 해였다. 부상도 많았고 마음처럼 성적도 나오지 않아 부담이 많이 됐다”며 “올해 그랑프리 첫 우승을, 여태껏 이루지 못한 파이널에서 거둬 두 배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올림픽 티켓을 걸고 발차기 하나 소중히 실수 없도록 했다. 정말 죽었다는 각오로 임했는데 잘 돼서 다행이다”는 그는 “적은 나이가 아니라 체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앞으로 체력을 더 키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건넸다.
한편, 남자 80㎏ 초과급 기대주 강상현은 8강에서 패해 파리행 티켓을 놓쳤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 8체급 중 3체급(남 -58㎏·남 -80㎏·여 +67㎏) 출전권을 확보했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에 오른 2000 시드니 대회부터 최소 4체급 이상을 출전해 온 한국은 오는 16일 중국 우시에서 열리는 WT 그랜드슬램에서 티켓 추가에 도전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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