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페르소나’ 감독들 “설리 가족, ‘진리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①에 이어
13일 ‘페르소나: 설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2019년 10월 14일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황수아·김지혜 감독)’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정윤석 감독)’ 총 2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중 4: 클린 아일랜드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클린 아일랜드로 이주를 꿈꾸는 4가 죄를 고백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기묘한 입국 심사장에서 어느 특별한 돼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되는 단편 극영화다.
각본은 영화 ‘소원’과 드라마 ‘인간실격’ 등을 집필한 김지혜 작가가 맡았다. 연출은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등을 연출한 황수아 감독과 각본을 쓴 김지혜 작가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두 감독의 사무실인 행렬사를 찾았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보다 설리를 아꼈고, 설리의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며, 설리를 위한 작품을 만든 두 사람이기에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Q: 현장에서 설리는 어떤 배우였나.
김지혜 감독(이하 김): 푸줏간에서 나와 거울을 보았을 때, ‘깡마른 어깨가 보인다’라는 지문이 있었다. 거기에 설리가 꽂혔다.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고 싶어했다. 우리가 예상한 것 보다 더 프로였다
Q: 배우로서 설리의 연기가 대단하다. 화면을 꽉 채우는 감정신도, 눈빛도 잔상이 남는다.
황수아 감독(이하 황): 사실 설리에 대해 배우로서 잘 모를 때는 ‘종잡을 수 없는 현장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미팅때 설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확신이 들더라.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 이해도가 좋다. 클린 아일랜드는 돼지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두 캐릭터가 혼재하는 이야기라 눈으로 그리지 않고 활자로만 보면 충분히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이 작품을 재미있어 하는 걸 보고 더 확신이 들었다.
김: 아주 훌륭한 배우다. 현장에서 ‘찍고 나니 알겠다’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설리의 그 말을 좋아했다. 저는 배우의 해석을 믿는 편이다. 설리는 추상적인 말에도 ‘뭔지 알 거 같아요’ 하더니 카메라 앞에서 해낸다.
Q: 29분 동안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쳤다.
황: 만들어가는 기쁨을 준 사람이다. 설리에게 받은 것 중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와의 대화를 본인의 것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문에서 훔쳐보는 신, 죄에 대해 고하는 장면은 설리가 테이크를 거듭해가면서 완전히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든 장면이다.
Q: 설리의 생전 현장 모습이 영화 마지막에 담겼다. 정말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인간 설리는 어떤 사람이었나.
황: 대중적으로 그를 두고 떠올리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음을 안다. 실제로는 되게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누가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느낄 지에 대해 예민했다. 민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SNS 등에 보여졌던 이미지는 자유분방하고, 자기 주장이 있는 아이라고 느끼실 수 있는데, 제가 본 것이 일부일 수 있지만 적어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머리 속에 머무르는 생각이 많은 사람, 그 생각을 말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느리다(웃음). 모든 게 슬로우다.
김: 두려움이 없어서 두려움이 있는 거다. 선입견이라는 게 없는 편이라 자신의 행동이나 글을 ‘외부에서 어떻게 판단할까’라는 두려움이 있더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늘 있던 친구다. 저희가 정말 계속 ‘연천’, 연기 천재라고 불렀다. 그리고 연예인이라는 느낌이 없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Q: 인터뷰 내내 설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김: 마지막 날 촬영 때 이런 말을 하더라. ‘최근에 성취감이 없었는데, 이 작품으로 성취감이 생긴 것 같다’고.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이다. 설리의 가까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설리가 ‘나 좀 잘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더라. 이 이야기를 친구들이 전해줬다. 배우가 만족했었다는 말을 듣고 또다시 고마웠다. 설리와 추석인사 겸 나눈 마지막 문자를 보니 ‘빨리 다른 작품 같이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저는 ‘나 작품 빨리 쓸게. 이번엔 짧아서 아쉬우니 다음엔 긴 걸 같이 하자’라고 했었다. 그 이야기의 아이템도 함께 멈췄다.
황: 스태프들이 모이면 이상하게 설리 이야기만 했다. 보통 그렇게 되지는 않지 않나(웃음). 작가님은 ‘나 방금 설리가 언니라고 했어. 번호 받아갔어’라고 자랑하고. 우리 사이에선 그날의 승자였다. 현장 모든 이들이 설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만들고 다듬은 작품이다. 부디 화면 속 설리를 반가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라본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안하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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