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을 수 있는 은메달이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랭킹 15위 최솔규(28·요넥스)-김원호(24·삼성생명) 조는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인도의 사트위크 하이라지 란키레디-치라그 셰티 조(3위)에 0-2(18-21 16-21)로 패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아쉬움이 남는 결과지만 충분히 좋은 대회를 치렀다. 대표팀 동료 서승재-강민혁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준 채 항저우에 도착했다. 하지만 더 좋은 성과를 냈다. 16강에서 세계 2위 랑웨이컹-왕창(중국) 조에 짜릿한 역전을 일궜고, 4강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양-왕치린(대만) 조를 완파하기도 했다.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걸음은 내딛지 못했으나 충분히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는 평가다.
최솔규는 “굉장히 어려운 경기들이 많았다. 그래도 항상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매 경기 치르다 보니 결승까지 왔다”며 “많은 준비를 했지만 인도 선수들이 굉장히 강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그게 패인이었다. 이번엔 은메달이지만 금메달을 향해 갈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기분 좋다”고 웃었다.
파트너 김원호도 “목표는 금메달이었다. 결과는 은메달로 나왔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가 응원 와주셨다.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아쉽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번 계기로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세트가 두고두고 아쉽다. 18-15로 리드를 잡았지만 내리 6점을 내주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조급함이 문제였다. 김원호는 “급해졌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냉정하게 내려놓고 공격권을 더 많이 가져가도록 했으면 이겼을 것이다. 그 점이 패인이다”고 되짚었다.
여러 후회가 남지만, 이미 5년 전의 아쉬웠던 결과를 뒤집어낸 걸로 의미가 크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1978 방콕 이후 40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새로이 일군 황금세대와 함께 다시금 강국으로 우뚝 선다. 최솔규-김원호도 이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최솔규는 “자카르타에서 노메달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계속해서 노력해왔다. 5년 뒤 이곳 항저우에서 다른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건 선수 개개인이 열심히 훈련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좋은 모습 보여드려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아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본무대’인 다음 해 파리 올림픽을 바라본다. 최솔규는 “우리 뿐만 아니라 여자 선수들까지 선수단 전체가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걸 가지고 간다면 내년에도 좋은 성적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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