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발이 모자랐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랭킹 15위 최솔규(28·요넥스)-김원호(24·삼성생명) 조는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인도의 사트위크 하이라지 란키레디-치라그 셰티 조(3위)에 0-2(18-21 16-21)로 패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1세트를 뒷심 부족으로 잃고 시작했다. 열띤 랠리 속에서 비등비등한 탐색전이 계속된 가운데, 한국이 막바지에 18-15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6연속 실점이 터져나와 그대로 세트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분위기가 2세트까지 영향을 주고 말았다. 초반부터 4점의 격차를 허용했다. 부담감 속에서 상대의 뒤만 쫓았다. 11점 브레이크도 인도가 4점의 리드와 함께 기분 좋게 맞이했다. 절치부심하고 이 차이를 1점으로 좁혔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인도가 13-12에서 연속 4점을 쌓으며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결국 최솔규-김원호는 석패와 함께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 남자복식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던 듀오라 아쉬움이 더 남는다. 사실 이번 대회 한국 남자복식 ‘1선발’은 사실 랭킹 4위의 서승재-강민혁 조였다. 지난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 9년 만의 남자 복식 최강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반면 최솔규-김원호는 랭킹이나 업적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서승재-강민혁 조는 16강에서 조기탈락했다. 하지만 최솔규-김원호는 약진했다. 16강에서 랭킹 2위 랑웨이컹-왕창(중국) 조에 짜릿한 역전승을 빚어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4강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양-왕치린 조(12위)를 2-0으로 완파했다. 그렇게 2014 인천 대회의 유연성-이용대(은메달) 조에 이어 9년 만의 아시안게임 결승에 도달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인도의 스피디한 운영과 파워에 빈 공간을 많이 내주면서 고전했다. 전위와 후위에서 각자 최선의 플레이를 다했던 둘이지만, 끝내 패배를 막진 못했다. 2002 부산 대회 이동수-유용성 조에 이은 21년 만의 금메달 도전은 그렇게 끝났다.
한편, 김원호의 한풀이도 무산됐다. 그는 어머니인 길영아 현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이 이뤄내지 못한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위해 칼을 갈았다. 길 감독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다 제패했으나 딱 하나의 퍼즐이 없었다. 어머니가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김원호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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