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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女배구… VNL 참사 이어 48년만 亞선수권 4강 불발

입력 : 2023-09-04 12:27:36 수정 : 2023-09-04 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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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과 선수단이 경기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시아배구연맹 제공

 

찬란한 영광 뒤에 찾아온 가파른 벼랑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3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라운드 E조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0-3(20-25, 22-25, 23-25) 셧아웃 완패를 당했다.

 

조별리그 C조에 대만·베트남·우즈베키스탄과 편성된 한국은 2위(2승1패)에 올라 조 1위 베트남, A조 1·2위 태국-호주와 8강 라운드 E조에 배치됐다. 조별리그 맞대결 전적이 유지됨에 따라 한국은 베트남에 당한 1패를 안고 라운드를 시작했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태국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좌절을 맛봤다. 이어진 E조 2차전에서 베트남이 호주를 셧아웃으로 완파해 태국과 베트남이 2승을 확보, 한국의 5∼8위전 강등도 확정됐다. 4강 진출 팀은 중국과 일본, 태국과 베트남으로 결정됐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이 35위까지 떨어진 한국에 15위로 올라선 태국은 버거운 상대였다. 촘촘한 수비와 날렵한 스피드를 앞세운 태국의 벽을 넘지 못한 한국은 베트남전 2-3 패배에 이어 셧아웃 패배 수모를 추가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아시아배구연맹 제공

 

한국은 1975년 아시아선수권 대회 첫 참가를 시작으로 20번의 대회에서 준우승 7회, 3위 10회, 4위 3회를 기록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불참했던 2021년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4강 안에 들어왔다. 사수하던 마지막 자존심이 이번 대회에서 무너졌다. 48년 만에 맛보는 최악의 부진이다.

 

예고된 참사기도 하다. 세자르호는 지난 7월 열린 2023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로 퇴장했다. 지난해 VNL에 이어 2년 연속 전패(24패)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당면 과제인 ‘세대교체’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은 게 뼈아팠다.

 

한국 여자배구는 2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 등 황금 세대와 이를 아우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리더십 아래 기적을 일궜고, 그 낙수효과는 V리그 여자부의 대흥행까지 미치기도 했다.

 

순간의 찬란함이 일군 신기루가 서서히 사라진다. 이대로면 다가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호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다음 해 치러질 2024 파리올림픽은 출전마저도 불투명하다. ‘약체’가 된 한국 여자배구에 빨간불이 켜졌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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